매일신문

[권영재 행복칼럼] 짧았던 행복

며칠 전 아침 운동 하다 보니 체육관 바닥에서 귀뚜라미 한 마리가 기어다니고 있었다. 재빠르게 뛰어다녀도 사람들에게 밟혀 죽기 딱 알맞은 곳인데도 이 녀석은 귀뚜라미답지 않게 어슬렁거리고 다녔다. 사람들은 그 놈이 작아 눈에 안보여선지 아니면 운동에 온 정신이 다 빠져 그런지 모두들 새벽의 불청객 위를 아슬아슬 지나다니고 있었다. 다만 나 혼자 그 귀뚜라미의 생명을 걱정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그놈의 생명을 건저 주기 위해 손으로 잡으려 하자 그땐 녀석이 힘차게 풀쩍풀쩍 뛴다. 남몰래 간단히 귀뚜라미를 잡는다는 게 뜻과 같이 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겨우 녀석을 붙잡아 창문을 열고 밖으로 놓아 주었다. 나는 창 밖에서 귀뚜라미가 고맙다고 그 구슬 굴리는 울음을 울어줄 줄 알았으나 묵묵부답이었다.

다음날 새벽 어제와 비슷한 시간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때늦은 보은의 인사일까? 반가움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진짜로 그놈이 고마워 우는지 암컷이 그리워 우는지는 몰라도 저렇게 살아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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