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라이언 킹' 이승엽, "뛸만큼 뛰었다, 더 늦기 전에"

'라이언 킹' 이승엽이 돌아온다.

일본에 진출한 지 8년 만이다. 팬들은 내년 국내 그라운드를 다시 밟을 이승엽에 대한 기대감을 벌써부터 표시하고 있다. 1995년부터 2003년까지 9시즌을 뛴 친정 삼성(1995~2003년)으로의 복귀가 유력해지면서, 대구 팬들은 삼성의 한국시리즈 진출과 함께 어느 해보다 뜨거운 가을을 만끽하고 있다.

김철승(28'대구 남구 대명동) 씨는 "공격 야구를 기치로 팀 색깔을 바꾼 류중일 감독의 정규리그 우승과 아시아 홈런타자 이승엽의 국내 복귀는 삼성 팬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다"며 "24일부터 시작되는 한국시리즈 우승에다 존재감만으로도 힘이 실리는 이승엽의 가세로 삼성은 내년에도 최강의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오릭스와 내년까지 계약했지만, 이승엽의 국내 복귀 얘기는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요미우리에서 방출돼 오릭스로 팀을 갈아타며 부활을 다짐했지만 올 시즌 그가 보여준 활약은 변변치 못했다. 팀에서의 입지가 흔들리며 내년까지의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왔다. 결국 이승엽은 올 시즌 타율 0.201, 79안타 15홈런이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부활의 불씨를 살리지 못한 그는 심적 부담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이승엽의 아버지 이춘광 씨는 "18일 소프트뱅크와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서 팀이 패해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후 일본생활 정리의 마음을 굳혔다. 올 시즌 팀을 옮기며 명예회복을 별렀지만 외국인 선수로 좋은 활약을 펼치지 못했고, 그에 대한 자책감이 국내 복귀를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엽의 '아시아 정복' 도전은 숱한 희비의 굴곡 끝에 자진 국내 복귀 선언으로 마무리됐다.

이승엽은 2003년 아시아 홈런 기록(56개)을 세운 후 이듬해 일본행을 선택했다. 지바 롯데 마린스를 통해 일본 그라운드에 섰지만 데뷔 첫해 타율 0.240에 14홈런에 그치며 '아시아 홈런왕'의 자존심을 구겼다. 2년차였던 2005년, 2군 강등과 바비 발렌타인 감독의 플래툰 시스템에 입지가 좁아졌지만 특유의 몰아치기로 30홈런을 달성하며 팀을 재팬시리즈 정상에 올려놨다.

일본 야구 적응을 마친 이승엽은 2006년 일본 최고 명문구단 요미우리의 러브콜을 받으며 일본야구 정복을 준비했다. 4번 타자 자리를 보장받으며 자존심을 세운 이승엽은 그해 타율 0.323(2위), 타점 108개(3위), 홈런 41개(2위)로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일본 최고 수준인 6억엔의 연봉을 받으며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이승엽은 2008년 부상과 상대의 집중견제를 뚫지 못해 추락했고, 2010년에는 주전 경쟁에서도 밀리며 퇴출이란 수모를 겪었다.

일본 진출 후 최대위기서 국내 복귀를 뿌리치고 다시 한 번 일본서의 부활을 다짐하며 올해 오릭스행을 선택했지만 그는 일어서지 못했다. 35세의 이승엽은 일본서의 재도전보다는 얼마 남지 않은 선수생활의 끝을 한국서 마무리하기로 한 결정의 시기를 2011년 가을로 잡았다. 이승엽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8년간의 일본 생활을 돌아보며 '이제는 됐다'고 생각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더 늦기 전에 한국에 가기로 결심했다"며 한국 프로야구로 영구 복귀한다고 선언했다. 이승엽은 일본에서 뛴 8년간 통산 타율 0.257, 홈런 159개, 타점 439개를 남겼다.

이승엽은 일본 생활을 정리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삼성 등과 복귀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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