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파독 광부의 노래

파독 광부의 노래/홍윤표 지음/청문각 출판사 펴냄

#파독 광부의 노래/홍윤표 지음/청문각 출판사 펴냄

1937년 경기도 양평에서 태어나 1966년 독일로 건너가 4년 여 광부로 일한 저자의 이야기다. 독일이라는 타국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외국인에 대한 멸시와 차별, 지하 2천m에서 불어오는 뜨거운 석탄 바람뿐이었다. 눈을 뜰 수도, 흘러내리는 땀을 닦을 수도, 하다 못해 제대로 숨 한 번 쉴 수도 없는 그 지독한 암흑 속에서, 참고 인내하며 자신의 청춘을 불살랐다. 책을 통해 파독 광부들의 삶과 눈물, 고통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같이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외화를 벌어들이려는 정부 정책에 따라 선발돼 광부로 일하러 독일에 갔다. 현지 교육관이 "돼지 새끼들, 일 못하는 ×새끼들"이라며 독설과 발길질 세례를 해도 가족에게 송금하고 나라에 도움이 되는 것을 보람으로 여기며 버텼다.

하지만 독일 여성과 결혼해 아이까지 뒀어도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냉대였다. 이혼소송 끝에 부인과 헤어지고, 원자력발전소에서 일하다가 방사능에 노출되는 사고를 당해 시력을 잃는 등 우리나라 장애1급에 해당하는 판정을 받았다. 모든 것을 잃고 고국으로 돌아온 이제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파독 광부들의 공로를 인정받으려고 지루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법무부 장관과 국회의원들 모두 '돕겠다'는 말뿐이었지만 한 출판사에서 홍 씨의 삶을 책으로 펴내겠다고 연락이 왔다. 홍 씨가 자신의 얘기를 일기처럼 적어 간직한 지 6년 만의 일이었다.

저자는 "그저 요즘 사람들이 한 명이라도 더 이 책을 읽고 수십 년 전 우리 광부들이 머나먼 타국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하고 있다. 244쪽, 1만3천원.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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