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대구국제오페라 축제 대미를 장식할 오페라 '가면무도회'가 28일과 29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다. 국립오페라단과 오페라 축제조직위원회가 공동제작한 작품으로 오페라 제작 및 예술적 노하우가 집약된 화려한 공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페라 '가면무도회'는 1792년 발생한 스웨덴 국왕 구스타보 3세 암살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구스타보는 자기 부하의 아내와 사랑에 빠졌다가 가면무도회에서 부하가 쏜 총에 맞아 숨진다. 그러나 1859년 초연 당시 국왕 암살이라는 내용은 검열을 통과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베르디는 무대의 배경을 스웨덴이 아니라 미국의 보스턴으로 옮기고, 주인공을 스웨덴 왕이 아니라 보스턴 총독 리카르도로 바꾸어 초연했다. 시간이 흐른 뒤 스웨덴에서 실제 스웨덴 왕을 그린 작품이 나왔고, 가면무도회는 '보스턴 판'과 '스톡홀름 판' 두 가지가 존재한다.
이번에 공연되는 작품은 초연됐던 '보스턴 판'이며, 남자 주인공은 스웨덴 왕 구스타보가 아니라 보스턴 총독 리카르도이다. 그러나 작품 속 리카르도는 총독이 아닌 국왕 리카르도이며 배경 역시 궁궐이다.
여주인공 아멜리아 역을 맡은 소프라노 이정아 씨는 이 작품을 사랑과 배신, 죄와 죽음 속에서도 의연한 인간애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가면무도회의 여주인공 아멜리아는 다른 오페라의 여주인공처럼 거리낌 없이 사랑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유부녀인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는 남편의 절친한 친구이자 상관(국왕)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면서도 그 마음을 감추어야 하고, 절제하면서도 드러내야 하는 여인의 마음을 표현해야 한다는 점이 아멜리아 역의 매력인 동시에 어려움이다"고 말한다. 이어 "솟아오르는 욕망과 마음의 평화 사이에서 갈등했던 여인 아멜리아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 심정에 닿기 위해 끝없이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페라 '가면무도회'는 소프라노의 아리아 '여기가 죄와 죽음이 합쳐진 장소'를 비롯해 테너의 아리아 '나 영원히 그대를 잃을지라도', 바리톤의 아리아 '너였구나! 나의 명예를 더럽힌 자가' 등 주옥같은 명곡과 아름다운 스토리로 유명한 베르디의 작품이다.
오페라는 일반적으로 '프리마돈나'라고 불리는 여주인공의 사랑, 슬픔, 남자를 위한 희생(죽음)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베르디 오페라 '가면무도회'는 남자 주인공인 테너가 모든 멍에를 지고 죽어간다는 내용이다.
주인공 구스타보는 자신이 사랑했던 유부녀(아멜리아)의 명예를 지키고, 질투에 사로잡혀 자신을 살해한 아멜리아의 남편(레나토)의 죄를 용서하며 죽는다. 사랑을 단념하고 죽어가면서 암살자까지 용서하는 것이다.
오페라 '가면무도회'는 가수들이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며 끝까지 밀고 나가기도 힘든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관객 입장에서는 재미가 상당하고, 출연자들 입장에서는 힘든 작품이다.
▷28일 오후 7시 30분, 29일 오후 3시/R석 7만원, S석 5만원, A석 3만원, B석 2만원, C석 1만원/ 1544-1555, 053)666-6111.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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