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은퇴 후 행복한 나의 삶

언젠가 어느 TV방송에서 70대 남녀 각 두 사람이 열심히 노래 연습을 하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처음엔 단순히 노래를 좋아하는 동호인들의 모임쯤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은퇴 후의 삶을 평소 좋아하던 노래로써 사회에 봉사하려고 준비하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일흔이 넘은 적지 않은 나이인데도 꾸준히 자기계발에 힘써 이 웃에게 베풀고자 하는 그들의 삶이 숭고해 보이기까지 하였다.

최근 한 일간지에서 '퇴직교원(교장)의 지도성과 놀라워!'라는 제하의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대구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퇴직 교장선생님을 초빙하여 학력부진학생지도와 함께 담임교사에게는 생활지도 노하우 전수에 온 정성을 쏟은 결과 기초학력부진을 완전 해소한 것은 물론 인성교육에도 큰 성과를 거두었다는 내용이었다. 긴 세월동안 쌓은 교육경험을 토대로 퇴임 후에 다시 학교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교사들에게는 멘토가 되어 봉사하는 그 분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은 마음 간절했다. 또한 그러한 시책을 강구한 학교장의 열린 경영 마인드에는 큰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오늘날 우리 한국인에게 있어서도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은퇴 후의 삶에 대한 문제가 매우 중요한 사회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퇴직자들 가운데는 또 다른 사회 현장에서 무언가 보람 있는 일을 하면서 하루하루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하루를 어떻게 소일해야 할지 전전긍긍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음을 본다. 이는 사전에 준비된 상태와 그렇지 못한 경우에서 오는 현실상의 차이점이 아닐까.

나는 20대 초반에 교직에 입문하여 42년간 교직생활을 하고, 지난 2월 말일자로 정년퇴직하였다. 퇴임하기 1, 2년 전쯤, 가까이 지내던 몇 분의 선배들이 퇴임 후 할 일을 계획해 두었느냐고 물을 때면 그저 대수롭잖게 생각했었다. 그러던 것이 퇴임 날짜가 다가오자 차츰 현실에 대한 느낌이 왔다. 퇴임 6개월 전, 더는 미룰 것 없이 퇴임 후의 삶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인지를 찾기로 했을 때,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른 것이 독서교육과 글쓰기 관련 강의를 하는 일이었다. 퇴임 후 수개월이 지난 요즘, 학교와 공공도서관 등에서 학부모와 지역 주민, 그리고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독서교육과 글쓰기 관련 강의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는 말을 다시 실감하는 나의 나날이 행복하다. 그래서 나를 기다리는 수강생들을 만나러 가는 발걸음은 언제나 가볍고 즐겁다.

권영세(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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