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영재 행복칼럼] 날마다 선거

요즘 지방마다 축제가 많이 늘어나 보고 즐길 것들이 많아 좋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우리의 축제들은 다 사라져버렸다. 그러다 나라 살림이 먹고살 만해지고 지방자치단체가 생겨나니 지역마다 온갖 축제가 부활되거나 새로 생겨나면서 지금은 축제의 천국으로 변해가고 있다.

나는 도시에서 태어나 전쟁 중에 성장하다 보니 축제하고는 아무 관계없이 살았다. 하지만 도시에도 몇 가지 축제 비슷한 것들이 있긴 했다. 우선 약장수들의 행사가 그와 비슷한 것들이었다. 그들이 신천에 장막을 치고, 국악인들이 나와 단가도 하고 창을 하노라면 사람들은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그리고 국악가수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박수치며 좋아했다. 약장수들은 마치 그들이 자선행사라도 하는 듯 점잔을 빼다가 가수들이 쉬는 시간이면 병에 든 물약을 팔고 다녔다.

그러나 무엇보다 신나는 축제는 선거였다. 사람들이 몰려다니며 마이크로 서로 잘났다고 쉰 소리로 떠드는 모습과 너스레가 재미있었다. 우리 집은 신문사와 시장 관사 사이에 있었는데 투표할 때면 우리 동네로는 주민들 외에는 통행이 금지되었다. 금지 표시 새끼줄을 지키는 순경을 지나 우리 집으로 가노라면 목에 힘이 들어가고 어깨가 으쓱거리곤 했다.

통행금지가 있었지만 개표하는 날은 신문사 앞에 있는 사람들은 잡아가지 않았다. 어른들은 모닥불을 피워놓고 밤새 신문사 직원들이 시간마다 내다 붙이는 각 후보들 간 득표 숫자를 지켜보면서 응원하고 고함지르며 흥분했다.

인간의 어린 시절 추억은 영원히 지속된다. 요즘도 나는 선거철이 오면 신이 난다. 거리가 떠들썩하고 운동원들과 후보들이 네거리에 서서 출근하는 사람들에게 크고 정중하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다. 요즘은 선전 노래도 재미있게 가사를 바꿔 부르니 그걸 들으면 잔치 분위기를 느낀다.

그러나 외양은 화려하고 흥청대지만 그 내막을 보면 구역질이 난다. 같이 출마한 경쟁자에게 '우정의 부조'를 수억원씩 하는 인간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유권자들도 그런 수법으로 매수한다. 그리고 호화찬란한 공약을 약속했다 선거가 끝나면 그 공약은 즉시 폐기처분 된다. 어제까지 하늘처럼 존경한다던 국민들을 당선 발표와 함께 소가 닭 쳐다보듯 한다.

그렇다면 선거를 일상화하여 1년에 선거를 한 번씩 하면 어떨까. 그러면 선거는 타락할 수가 없고 거만한 당선자도 생기지 않게 할 수가 있다. 자주 선거를 하면 재벌이 아닌 한 매번 상대방과 국민들을 매수할 능력이 없어지게 될 것이다. 또 선거가 끝나자마자 다음 선거를 준비해야 되니 당선자들은 지금처럼 주민들을 바로 외면할 수가 없게 된다. 다음 또 당선이 되고 싶은 사람은 1년 내내 국민들을 겸손하게 대하게 되고 또한 그들의 일을 열심히 하게 될 것이다. 선거가 식후에 차 마시듯 평범한 일상사가 되면 그때 선거는 축제가 되어 우리를 진정 행복하게 해주지 않을까 싶다.

권영재 미주병원 진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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