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일주일 동안 잘 지내셨어요? 얼굴이 좋아졌네요."
27일 경북대병원 칠곡암센터 6층 호스피스병동. 미술치료 봉사를 5년째 하고 있는 '천사 아가씨' 신수진(39) 씨가 암 환자들에게 환한 얼굴로 인사를 했다. 신 씨는 어르신이 누워있는 침대 곁으로 다가가 미리 준비한 종이접기 작품을 보여주면서 환자와 함께 종이접기를 시작했다.
"어르신, 오늘은 색종이로 해바라기를 만들어 볼까요. 저를 따라 종이를 차근차근 접어보세요.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어르신은 신 씨의 도움으로 30여분 만에 종이 해바라기를 완성시켰다. 신 씨는 어르신에게 '아주 잘 만드셨다'고 칭찬했다. 어르신도 굳었던 얼굴이 풀리며 자신이 만든 해바라기가 신기한 듯 웃었다. 신 씨는 매주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경북대병원 칠곡암센터로 발걸음을 향한다. 호스피스병동 암환자들에게 종이접기 미술치료로 병마를 잠시 잊게 해주고 마음의 위안을 주기 위해서다. 신 씨는 한 번 방문에 환자와 1대 1로 3, 4명 치료를 한다고 했다.
생의 마감을 앞둔 호스피스병동 어르신들은 삶의 에너지가 바닥나 있지만 신 씨가 미술치료를 할 때는 밝게 맞아준다.
"말이 없고 묵뚝뚝한 60대 암환자 한 분이 있었어요. 미술치료를 받으면서 점차 목례를 하기 시작하더니 나중엔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지 않겠어요? 말이 없던 어르신이 말문을 열었을 때 눈물이 나더군요."
또 다른 암환자의 경우는 구슬꿰기로 팔찌와 목걸이를 만드는 미술치료를 했다고 한다. 환자는 구슬꿰기가 재미도 있지만 잠시라도 힘겨운 병마를 잊을 수 있었다며 신 씨의 손을 꼭 잡는 바람에 가슴이 뭉클했다는 것. 그녀는 호스피스병동 봉사가 보람도 있지만 환자들이 한 분 두 분 세상을 떠나 보이지 않을 때 마음이 가장 아프다고 했다.
신 씨는 호스피스병동 이외에 매월 셋째 주 수요일에는 대구시내 한 병원에 들러 유방암 수술환자들에게도 미술치료 봉사를 하고 있다. 환자와 1대 1로 만나 주제를 주고 그림을 그리라고 한 뒤 그림이 완성되면 상담을 한다. 환자들은 자신도 몰랐던 짓누른 무의식이 뭔지 깨닫게 되고 변화를 시도한다는 것.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암에 걸린 어머님들의 성격을 알 수 있어요. 대부분 화를 참기만 했지 해소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신 씨는 이전에 노인병동과 정신병동에서도 수년간 미술치료 봉사를 했다. 이달 7~9일 경산시 평생학습축제에서는 '나의 꿈을 찾아서'라는 내용으로 참가해 학생 200여 명을 대상으로 미술심리상담 봉사를 하기도 했다.
신 씨는 올해부터 보건복지부가 실시하는 저소득층 장애아동 바우처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능장애, 발달장애, 언어장애 아동들을 대상으로 그림그리기, 놀이, 이야기 등을 통한 미술심리치료를 하고 있다. 자존감이 떨어진 장애아동 상당수가 자신감을 회복하고 성격도 밝아질 때 행복감을 느낀다고 했다.
신 씨는 1995년 대구가톨릭대(옛 효성여대)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하고 대구사이버대 미술치료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한국아동미술치료학회 이사, 도경미술심리상담센터 원장인 그는 경북외국어대에 출강해 아동미술치료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한때 한지공예와 주얼리공예에 빠진 적도 있어요. 하지만 미술치료사로 새로운 인생을 찾았습니다."
그녀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다. 여건이 되면 대안학교를 설립하는 것이다. 그녀는 대안학교에서 학교생활에 적응못하는 청소년들에게 쉼터도 제공하고 미술치료를 통한 올바른 삶을 돕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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