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결승타를 터뜨린 삼성 라이온즈 배영섭은 두 명의 주자가 홈을 밟는 걸 보고는 두 손을 치켜들며 미소를 지었다. 배영섭은 잘 웃지 않는다. 이 점은 포커페이스, 돌부처란 별명을 가진 팀 선배 오승환과 닮았다. 그런 그가 6회 2사 만루서 안타를 치고는 웃었다. 배영섭은 이 한 방으로 여러 가지를 해결했다. 부상 공백을 감싸준 코치진과 동료 선수들에게 보답했고, 멀어져갔던 신인왕 타이틀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됐다. 그에겐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6회 2사 1, 2루. 대기타석에 들어선 배영섭은 앞 타순인 진갑용이 부담감 많은 상황을 끝내주길 바랐다. 딱 하며 수비수 사이로 공이 빠져나갔지만, 2루 주자가 홈을 밟기엔 무리였다.
2사 만루. 부담은 더욱 커졌다. 분명한 승부처였지만 '쳐 낼 수 있을까' 고민이 됐다. 관중석에선 이름을 연호하고, 야구장의 모든 이가 쳐다보는 걸 느끼자 긴장과 오기가 동시에 발동했다. 스트라이크 두 개를 그냥 쳐다봤다. 파울과 볼, 다시 커트. 마운드에 선 SK 박희수도 위기를 극복하려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6구가 들어왔다. 낮은 체인지업이었다.
배영섭은 경기 후 "삼진을 안 당하려고 중심에 갖다 맞히려고 했다. 운 좋게 맞은 것 같다. 볼 스피드가 느리다 보니 스윙 타이밍이 맞았던 것 같다. 사실 어떻게 쳤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공은 중견수 앞에 떨어졌고, 두 명의 주자가 홈을 밟았다. 자신도 모르게 팔이 올라갔고, 얼굴엔 웃음이 지어졌다.
배영섭의 한국시리즈 출전은 그 자체가 '기적'에 가까웠다. 배영섭은 지난 7월 경기 중 베이스러닝을 하다 왼쪽 새끼손가락 인대가 파열됐다. 한동안 나오지 못하던 배영섭은 수술을 뒤로 미루고 복귀했다. 하지만 9월 다시 경기 중 투구에 맞아 왼 손등에 골절상을 입었다. 그대로 정규시즌을 마쳤고 포스트시즌 출전도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큰 부상이었다. 그러나 배영섭은 포기하지 않았다. 삼성도 배영섭을 포기할 수 없었다. 뼈에 좋다는 홍화씨를 제공했고, 일본의 유명한 병원에 원정치료를 보냈다.
그러나 문제는 실전감각. 류중일 감독은 마지막 청백전에서 배영섭을 테스트했다. 그날 안타 2개를 터뜨린 배영섭은 "힘들 것 같다"던 류 감독의 마음을 돌렸다.
생애 첫 한국시리즈 무대에 선 배영섭은 1차전에서 안타를 쳤다. 그리고 2차전에서는 팀의 연승을 잇는 결승타를 때려냈다. 배영섭은 2차전 MVP로 선정됐다. 남은 경기, 배영섭은 팀 우승을 위해, 잊지 못할 가을의 기억을 남기기 위해 더 좋은 활약을 펼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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