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근혜, 텃밭서는 '선거여왕' 통했다

대구 칠곡 부산 판세 뒤집어

영남권은 여전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원했다. 서울에서는 졌지만 '선거의 여왕'은 영남권에서 가장 위력을 떨치고 판세를 뒤집었다. 서중현 서구청장의 돌연 사퇴로 부랴부랴 보궐선거를 치른 대구 서구는 최근 반(反)'비(非) 한나라당 정서가 들끓기 시작했다. 대구에서 가장 낙후된 곳에서 집권 여당이 해 준 것이 뭐냐는 반감에서부터 지역 국회의원과 기존 정치권에 대한 혐오가 극에 달했던 곳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서 전 청장에게 진 후보를 재공천하면서도 논란을 빚었다.

칠곡군수 선거도 초반 판세가 좋지 않았다. 한나라당이 공천을 제대로 못해 혈세로 치러지는 재선거라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24일 박 전 대표가 '고향땅 지원유세'에 나서면서 지지여론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에 호락호락하지 않겠다는 지역민이 '그래도 박근혜'를 연호하면서 "한 번만 더 믿어보자"는 여론으로 바뀌었다. 단 한 차례 지원유세만으로 일으킨 결과로는 놀랍다는 해석이 많다.

저축은행 사태로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세가 돌아선 부산 여론도 박 전 대표가 뒤집었다. 박 전 대표는 두 차례 부산 지원에 나섰고 투표일 전까지 벌인 각종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하던 한나라당 후보와 야권 단일 후보는 개표 결과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특히 야권의 대권주자로 떠오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단일 후보를 집중 지원하면서 한나라당으로서는 '경합 열세지역'으로까지 분류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영남 지역 기초단체장 4곳에서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앞으로다. 텃밭 수성에는 성공했지만 차기 총선과 대선 향배의 분기점이 될 서울, 수도권에서는 '박근혜 위력'이 발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보수진영에 특별한 대안이 없다는 점은 박 전 대표 중심의 여권 재편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 정당을 표방하는 한나라당이 충청, 강원, 경기권까지 세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특별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특히 박 전 대표가 "책임있는 정치와 정책은 정당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밝혔지만 탈정치, 탈정당을 표방한 민심이 거세지고 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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