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泰 방콕 주민, 홍수 피해 '엑소더스'

泰 방콕 주민, 홍수 피해 '엑소더스'

"홍수 걱정에 잠을 잘 수가 없어요. 홍수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방콕에 돌아오지 않을겁니다"

태국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방콕 시외 버스터미널은 27일 오후 홍수를 피해 방콕을 빠져나가는 피난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현지인들은 방콕 전역이 바닷물 만조 때인 28∼31일 사이에 침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정부측 발표가 잇따르자 피신을 결심하고 대거 터미널로 몰려 나왔다.

이들은 홍수 피해가 없는 지역에서 한동안 지내야 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양손에 옷가지와 생필품 등을 한 꾸러미씩 든 채 표를 예매하고 있었다.

터미널 관계자는 피난객들이 몰려 들면서 버스 이용객이 평소의 2배 가량 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어린 딸의 손을 잡고 초조한 표정으로 순서를 기다리고 있던 위깐다(여)는 "홍수에 대한 불안감으로 최근에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면서 "남편은 일 때문에 방콕에 계속 머무르지만 딸과 나는 다른 지역으로 가서 홍수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방콕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 동북부의 묵다한주(州)로 피신한다는 쭈타랏(여)은 "집이 강물 범람으로 이미 침수됐다"면서 "27일부터 강물 수위가 계속 높아진다고 해서 귀향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쭈타랏은 "홍수 사태가 장기화해 고향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면 일자리를 잃게 될 것 같다"고 호소했다.

방콕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 기업체 주재원과 가족, 교민들은 임시 휴일이 시작된 이날 홍수 피해가 없는 파타야와 라용 등으로 속속 피신했다. 피난객들이 몰리면서 파타야로 향하는 도로가 정체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대규모 침수 사태로 고립될 것을 우려해 직원과 가족들을 한국으로 귀국시키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남편이 재직하고 있는 회사의 다른 직원 가족들과 함께 이날 방콕을 빠져나간 한 주재원 부인은 " 방콕이 이번 주말에 위험하다고 해서 회사에서 가족들 모두 파타야로 보내고 있다.일주일 정도 예상하고 있고 그 이후에는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 많이 걱정이 된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직원들의 부인과 자녀들을 먼저 파타야로 보낸 뒤 직원들도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파타야에서 출퇴근을 하도록 할 방침이다.

대부분의 한국 주재원 등이 피신하고 있는 파타야는 숙소를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호텔들이 만원 사례를 보이고 있다. 파타야는 홍수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 곳도 생수와 식량 등이 넉넉하지 않아 피난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방콕 중심가의 한인 식당가 쑤쿰윗 플라자는 손님이 뚝 끊겨 썰렁한 분위기를 보였다.

한 식당 업주는 "종업원들이 고립을 우려해 많이 출근하지 않은데다 공급 부족으로 재료값도 크게 올라 휴업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며 "28일부터는 식당들도 여기저기서 문을 닫을 것 같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태국 주재 한국대사관은 방콕 전역이 침수되는 최악의 사태를 대비해 전 직원을 비상대기시키는 등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교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한인회와 협조해 생수를 확보하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방콕에 머무르고 있는 교민들은 홍수 소식에 귀를 기울이며 피해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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