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 등 5개 금융업협회가 어제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 강화 방안이란 것을 발표했다. 여러 방안이 제시됐지만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 '말의 성찬'이었다. 금융권에 대한 불신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금융기관이 탐욕을 벗고 국민경제를 건강하게 이끌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전혀 없었다. 그저 소나기만 피해 보겠다는 얄팍한 궁리뿐이었다.
이날 발표된 은행 자동화기기(ATM) 수수료 인하 및 사회적 약자에 대한 면제, 증권 위탁 매매 수수료 인하, 저축성 보험 해약 환급금 인상, 신용카드 중소 가맹점 수수료 인하, 서민 우대 자동차보험 출시 등은 이미 발표됐던 것이다. 더구나 이는 금융권의 탐욕을 지탄하는 여론이 빗발치기 전에 마땅히 했어야 하는 것들이다. 그것을 '사회적 책임 강화'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포장했다. 참으로 후안무치(厚顔無恥)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 방안으로 국민들이 볼 혜택은 금융권의 천문학적 수익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는 점도 실망을 가중시킨다. 은행권의 수수료 인하는 전체 순익의 1% 수준이라고 한다. 은행의 폭리를 보장해 주는 예대마진의 축소는 언급조차 없다. 과도한 배당을 자제하겠다고 했지만 '선언'에 그쳤고 성과급 잔치에 대한 반성도 아예 없었다.
금융권은 그동안 두 차례나 국민의 세금으로 연명했다. 그 규모는 160조 원에 달한다. 국민의 혈세로 목숨을 부지했으면 이익도 국민과 나누는 것이 마땅하다. 미국 월가 시위대가 외친 것처럼 "이익은 사유화하고 위험은 사회화"하고 있는 것이 우리 금융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금융권은 꼼수로 여론의 비판을 피하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보다 근본적인 개혁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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