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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책!] 세계의 절반 구하기

세계의 절반 구하기/윌리엄R. 이스털리 지음/황규득 옮김/미지북스 펴냄

해리포터 신간이 나오자, 전세계 독자들에게 단 하루만에 배송했다. 이처럼 국제사회는 고도로 효율적인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죽어가는 가난한 어린이들에게는 12센트짜리 약품도 전달할 수 없다. 이 아이러니한 상황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이 책은 서구세계가 지난 50년간 대외 원조로 2조3천억달러를 지출했지만 12센트짜리 말라리아 약품을 제공하지 못하고, 가난한 가정에 4달러짜리 모기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주목한다. 선의의 동정심을 가지고도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하지 못하는 이 비극은 왜 생겨나는 것일까.

저자는 서구의 막대한 원조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는 국제 원조가 대부분 계획가들의 거대한 계획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서구인들은 시장 경제와 민주주의라는 효율적인 피드백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정작 다른 세계를 도우려고 할 때는 관료제를 앞세운다고 비판한다. 이는 과거 제국주의 시절 유럽인들이 식민지에 대해 갖고 있던 오만한 문명 전파의 태도와 기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이스털리는 원조가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 원조를 통해 빈민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한다. 특히 보건과 교육 분야에 주목한다. 원조가 '빈곤의 종말'과 같은 불가능한 임무를 버리고 개별적인 목표에 전문화하며 피드백이 이루어지도록 만든다면 빈민들에게 훨씬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세계은행에서 16년간 일한 개발경제학자로, 오랫동안 제3세계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전지구적 계획이 아닌 지역 현장의 시장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이 순간에도 어려움을 겪는 지구촌에 큰 울림을 준다.

670쪽, 2만5천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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