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직격인터뷰] 차기 민주당 당권 도전 선언 김부겸 의원

"정당은 대의정치 버팀목…존재 자체 부인 안돼"

10'26 재보선이 끝나면서 여야는 심각한 고민을 안게 됐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처절히 확인한 만큼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선 뼛속까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부담도 결코 작지 않아 보인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못한 데 이어 7곳에 공천한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선 '안방'인 전북에서 2곳을 지켜내는 데 그친 탓이다. 더욱이 야권 대통합 논의에서도 주도권을 놓칠 가능성이 커지면서 당내에서는 '결국 시민세력에 흡수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3선 중진으로 차기 민주당 당권 도전을 선언한 김부겸 의원(53'군포)은 이 같은 위기에 대해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이번 재보선의 의미는 민주당이 세대와 지역에서 모두 패배했다는 것"이라며 "정당으로서 존립 위기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 또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의 공이 분명 있지만 스스로의 승리로 착각해선 안 된다"며 "선거운동을 도와주는 것은 선거 대행 업체가 하는 일이지 정당의 일이 아니다"고 쐐기를 박았다. 평소 시원시원한 성격 그대로였다.

하지만 정당정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적극 옹호하는 입장이었다. 그는 "선거 유세를 다니면서 바닥 민심을 많이 수렴했고, 여의도 정치에 대한 강한 불신도 확인했지만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당은 대의정치를 지탱하는 버팀목으로 정당의 존재 의미를 부인해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김 의원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는 당 쇄신 방안에 대해서도 뚜렷한 소신을 밝혔다. 그는 "지도부가 마땅히 책임의식을 느껴야 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어떤 일도 할 수 없다"며 "선(先) 당내 혁신, 후(後) 야권 통합'을 요구했다. 야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통합 작업이 당 내부의 문제를 덮거나 뒤로 미루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었다.

야권 통합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통합이란 큰 흐름을 외면할 수는 없지만 명분만으로 당을 흔들어선 안 된다"며 "민주당 스스로가 통합에 대한 전망과 절차에 따라 순리대로 해야 한다. (외부에서) 죄지은 것처럼 간판 내리고 들어오라고 하는 것은 조급증"이라고 지적했다. 두 차례 집권 경험의 자부심을 갖고 있는 만큼 스스로가 변화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는 이야기였다.

민주당은 손학규 당 대표가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하면 12월 중에 차기 지도부 구성을 위한 전당대회를 치를 예정이다. 하지만 재보선에서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전당대회를 어떤 형식으로 치를지를 두고 계파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김 의원은 이와 관련,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전당대회의 시기와 성격이 미궁에 빠진 게 사실"이라면서도 "당이 먼저 통렬히 반성한 뒤에 쇄신하고, 그 역량으로 통합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처받은 자존심 회복이 급선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셈이다. 그는 쇄신 요구와 함께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물갈이론'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상주 출생으로 경북고'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TK 정치인'인 그는 최근 자신의 인생과 정치관을 밝힌 저서를 냈다. 그런데 '나는 민주당이다'라는 제목이 다소 도발적이다. 그는 이에 대해 "대구경북 출신으로 민주당에 들어와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런 제목을 달았을까 생각해주시면 고맙겠다"며 웃었다.

내친김에 대구경북의 정치 지형 변화에 대해 물었더니 그는 "정치적 다양성은 지역 발전에 필수"라며 과감히 장밋빛 청사진을 꺼내 보였다. "대구경북은 민주당으로선 미개척지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나 정치 지형이 요동을 치면서 좋은 분들이 민주당으로 많이 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 대구경북에서 뛰고 있는 분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생길 것입니다. 정당 간의 경쟁이 끊임없이 이뤄져야 국민의 감시와 검증도 활발해지지 않겠습니까?"

30일 '2030 청년당원 100인 원탁회의'를 열고, 11월 1일부터 이틀 동안 경주에서 열리는 경북지역 총선 출마자 워크숍에도 참석해 당과 젊은 층'대구경북지역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그의 도전이 어떤 결과를 얻을지 주목된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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