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과 공생하는 도시, 대구'.
얼마나 친근한가? 콘크리트 숲으로 둘러싸인 대도시 한복판에서 야생동물이 나타나고, 사람들이 이를 사랑스런 눈길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서로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공존할 수 있다면 이 얼마나 멋진 풍경인가. 현실에서 쉽지 않은 일이지만, 상상만으로도 흐뭇하다.
▶'신천엔 수달, 두류'신암공원엔 너구리'◀
이런 캐치프레이즈가 대구는 가능하다. 현재 살고 있는 야생동물이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두류공원에는 현재 너구리가 살고 있지 않다. 미스터리처럼 모두 사라졌다. 그래도 신암공원에 또 10여 마리가 살고 있다. 신천에서도 간혹 수달이 산책하는 이들의 눈에 띈다.
실제 이 야생동물들과 마주치기란 쉽지 않다. 야행성인데다 사람의 눈에 띄는 곳에 나타나는 것을 즐기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수달과 너구리들은 도심에서 250만 대구시민과 함께 살고 있다. 수달과 너구리의 캐릭터를 재미있게 형상화해 대구 곳곳에 활용한다면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공식 캐릭터 살비와 같이 시민들에게 큰 인기를 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야생동물 전문가들은 "없는 야생동물을 복원하자는 것도 아니고 있는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보다 도시 친화적인 캐릭터로 가꿔가자는 것이기 때문에 시 차원의 보호 및 홍보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자가 관심을 갖고 있는 너구리에 관한 현재 상황은 이렇다.
◆신너구리 서식지, 신암공원
두류공원에 이어 신암공원이 대구의 새로운 너구리 서식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두류공원에는 한때 수십 마리가 모여 살았지만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 하지만 3년 전 신암공원에 너구리 가족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류공원에서 도심 하수구를 타고 피난왔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후 신암공원이 새로운 너구리 서식지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너구리가 발견된 지 3년이 지난 현재 '너구리 핵가족'(3마리)은 '너구리 대가족'(10여 마리)으로 바뀌었다. 너구리 전문가들 및 신암공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 너구리 가족이 새끼를 9마리 낳아 대가족이 되었다고 전했다.
이 너구리들을 본 주민 김명용 씨는 "어디서 어떻게 이곳까지 들어왔는지 신기한데 아이들이 너구리를 보기 위해 숨어있기도 한다"며 "너구리가 사람을 해치지 않고 같이 공존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동구청 관계자들은 "두류공원이 아닌 금호강 주변에서 서식하던 너구리가 인접한 신암선열공원에서 도로를 건너 신암공원까지 온 것 같다"고 추정했다. 신암공원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5년 전부터 인근에 황폐화된 사유지를 매입해 공원으로 만들면서 생태환경이 일부분 복원됐고 3년 전부터 너구리 가족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실제 너구리로 인해 불편한 점도 없지 않다. 밤에 야간산책을 하러 온 주민들이 너구리 때문에 다소 놀라는 일도 생기고, 혹시나 아이들이 장난을 치다 너구리에게 물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는 주민들의 작은 관심과 홍보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너구리는 낮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 야행성이다. 사람이 먼저 공격해 위협을 하지 않으면 너구리가 먼저 사람을 해치는 일은 절대 없다. 특히 도심 속 너구리는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순치(馴致)된 야생동물이다.
◆두류공원 너구리 실종 미스터리
두류공원 너구리 실종 미스터리는 동물 애호가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는 것은 물론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너구리 실종과 관련해 여러 가지 설이 나돌고 있지만, 과학적인 증거가 될 만한 확실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고 있는 것. 확실한 사실 하나는 2년 전 가을부터 두류공원 그 어디에서도 너구리가 발견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두류공원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2009년 12월에 너구리의 마지막 동영상이 찍혔으며, 그 후에는 두류공원 마루휴게소 주인이 한 번 목격한 것이 전부다. 휴게소 주인 채창규(42) 씨는 "지난해 초에 마지막으로 본 너구리도 다른 곳으로 서식지를 옮겼으나 회귀 본능에 의해 잠시 찾아온 것일 뿐 두류공원에서 사는 너구리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너구리 실종과 관련해 떠도는 얘기들은 이렇다. 집단 전염병 감염설(집단 전염병으로 몰살), 독살설(누군가 독이 든 먹이를 주었을 것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