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재개를 위한 외교가 활발하다. 지난주 제네바에서 북미접촉이 있었다. 리커창 중국 상무부총리가 남북한을 순차 방문했다. 오랜 교착이 끝나가는가? 그래서 협상의 문이 다시 열리는가? 내년은 선거의 해다. 정치의 계절이다. 한미 양국에서, 그리고 러시아에서 대선이 있다. 중국 역시 시진핑 시대를 예고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국내 정치 국면으로 진입하기 전에 해결할 문제가 있다. 바로 북핵문제다.
제네바 회담이 끝나자, 미국에서 두 가지 해법이 제기된다. 하나는 관리론이고, 다른 하나는 개입론이다. 관리론은 소극적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도 낮고, 협상을 한다고 성과도 불투명하니, 그럭저럭 상황이나 관리하자는 의견이다. 개입론은 이에 비해 적극적이다. 북한의 핵 능력이 방관하거나 무시할 수준을 벗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적극적으로 협상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물론 관리와 개입 이전에 지속했던 제재론은 실패했다. 압박은 오히려 북한의 핵 능력만 강화시켰다. 제재 역시 효과가 없었다. 중국은 제재에 동참하기는커녕, 오히려 구조적으로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확대했다. 결국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도는 실패한 외교의 재앙이며, 북중 경제협력은 제재가 가져온 경제의 상실로 드러났다.
그래서 관리론이 제기된 것이다. 근원적으로 핵 문제 해결이 어려우니, 더 이상 상황 악화는 막자는 것이다. 그러나 아는가? 남북관계도, 북핵문제도 러닝머신과 같다. 뛰어야 제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외교를 방기하면, 다시 말해 아무것도 안 하면, 뒤로 자빠진다. 지금처럼 말이다.
결국 개입해야 최소한 상황관리라도 할 수 있다. 최근 오바마 행정부 일부에서 거론하는 '관리적 개입'은 그래서 진전된 입장이다. 그러나 이 또한 북핵문제의 핵심적 이해와 거리가 멀다.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지 않고, 임시방편으로 상황관리가 가능한가? 물론 협상을 포기한 지난 몇 년 동안, 북핵문제는 더욱 복잡해졌다. 북'중'러 삼국은 경제협력을 동력으로 정치와 군사 분야까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북한은 남방정책이 효과가 없자, 북방정책을 가속화하고 있다. 6자회담의 질서가 근본적으로 변했다. 그러나 북핵문제는 어렵다고 포기할 문제가 아니다. '할 수 있다' 이전에 '해야 한다'의 문제다. 그것이 한반도의 미래와 동북아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이기 때문이다.
북핵문제의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 무엇인가? 북핵문제는 한반도 냉전구조의 결과다. 냉전해체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없으면, 해결할 수 없다. 그것은 2005년 6자회담에서 합의한 9'19 공동성명의 기본 정신이다.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핵물질을 폐기하고, 관련국들은 외교관계 정상화, 에너지'경제지원, 그리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상응 조치로 제공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신 체제 보장과 경제발전의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북한과 미국, 북한과 일본의 관계 정상화는 동북아에서 전후체제를 청산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체제는 한국전쟁 전후체제의 해체를 의미한다. 불안정한 정전 상태를 항구적인 평화 상태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어디로 갔는가? 9'19 공동성명의 근본정신을 부정해서는 답이 없다.
9'19 공동성명의 핵심 합의는 또 있다. 바로 행동 대 행동 원칙이다. 그런 점에서 한미 양국이 지금처럼 6자회담 전에 북한의 사전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9'19 공동성명의 기본 정신과 어긋난다. 북한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지지도 얻을 수 없다. 왜 협상을 통해 얻을 결과를 전제조건으로 주장하는가? 그러면 협상이 성사되기 어렵다.
북한의 진정성 있는 핵 포기를 원하는가? 그러면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라. 불신의 계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남북관계로, 대북억지를 지향하는 한미 군사동맹의 강화로,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북한이 핵에 매달리는 상황으로 몰고 갈 뿐이다. 정치의 계절로 넘어가기 전에, 협상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찰나의 순간이다. 오해와 편견으로 마지막 협상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김연철/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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