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삼성 '젊은 피 실험' 성공…앞날이 더 창창

FA영입 우승과 차원 달라…차우찬 김상수 배영섭 등 우승 흥행 동시성공

삼성 라이온즈가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내 주목받고 있다. 스타급의 대형 선수나 감독을 영입, 잠깐의 감격을 누리기보다 착실히 씨를 뿌리고 노력해 우승을 수확한 것이다. 바로 세대교체의 성공이다.

삼성은 최근 몇 년간 꾸준하게 젊은 선수들을 조련했다. 수년째 공들여 키운 삼성의 세대교체 주역들은 팀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 이번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대표적인 세대교체 주역은 최형우'박석민'김상수'차우찬 등이다.

야구해설가 최종문 씨는 "삼성이 꾸준하게 젊은 선수들을 육성했고, 그들이 이제 경험까지 갖추면서 삼성의 미래를 더욱 밝히고 있다"며 "일부 스타 선수에 의존하는 야구가 아닌 풀뿌리 야구가 성과를 얻게 되면서 삼성은 더 많은 경쟁력 있는 후보 선수군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예전 삼성은 한 맺힌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루기 위해 미래의 청사진 따위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1985년 통합 우승을 제외하고 단 한 차례도 정상을 밟아보지 못한 삼성은 2002년 창단 첫 우승을 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했다. 잦은 감독 교체로 '감독의 무덤'이란 얘기를 들어야 했고, 그룹의 감사까지 받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늘 정상에서 맴돌았지만 마지막 단추인 한국시리즈 우승에 실패하며 삼성은 반쪽자리 명문구단으로 남았다. 삼성이 찾은 해법은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한 감독, 선수 영입이었다.

2002년 첫 우승은 어쩌면 그런 노력의 결과였다. 이전까지 단 한 차례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지 못한 삼성은 2001년 우승 청부사로 불리던 김응용 전 해태 감독을 영입했고, 이듬해 염원하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2005년과 2006년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지만, 그 바탕에는 김응용 감독에게 사령탑을 물려받은 선동열 감독과 2004년 말 현대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엄청난 돈을 들여 영입한 홈런타자 심정수'최고의 유격수 박진만이 있었다. 우승을 위해 미래보다는 당장의 달콤함을 선택한 것이다.

그랬던 삼성이 세대교체로 눈을 돌린 건 2005'2006년 연속 우승한 뒤였다.'더 이상의 FA 영입은 없다'고 선언한 삼성은 팀 내 유망주 육성에 나섰다. 최형우'채태인'박석민 등 2군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를 중심 타자로 키워냈다. 그 사이 김한수가 2007시즌 뒤, 심정수가 2008시즌 중, 왼손투수 전병호가 2008시즌 뒤, 김재걸이 2009시즌 뒤 차례로 은퇴하며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지난해에는 김상수'오정복'이영욱 등 내'외야에서 새로운 선수들이 세대교체 바통을 이었고 양준혁의 은퇴, 박진만의 SK행으로 더욱 가속화된 세대교체 바람은 올해 톱타자 배영섭을 히트상품으로 만들어냈다. 또한 모상기'정형식 등 자질 있는 선수들의 발굴로 이어졌다. 마운드에서도 안지만'차우찬이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고, 정인욱은 앞으로 삼성 마운드를 책임질 에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세대교체의 성공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2008년 이후 세 시즌 연속 올스타 '베스트10'을 배출하지 못했던 삼성은 올 시즌 차우찬과 김상수, 박석민. 최형우, 박한이 등 5명의 베스트10을 배출했다. 박한이를 제외한 4명은 올스타 베스트10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젊은 선수들의 활약은 올 시즌 1999년 이후 12년 만에 홈 관중 50만 명 시대를 열게 했다. 삼성의 미래는 뿌리부터 길러진 선수들의 성장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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