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학 등록금을 내려야 할 이유가 명백해졌다

감사원이 전국 113개 대학에 대한 감사 결과를 중간 발표했다. 표본으로 조사한 35개 대학에서 횡령, 등록금 편법 인상, 신입생 부당 선발과 같은 심각한 비리가 드러났다. 지방의 한 사립대는 이사장 일가가 학교 돈 160억 원을 빼돌려 부동산에 투자했고, 한 국립대는 교직원 인건비를 올리려고 등록금을 인상했다. 국고보조금을 유용하거나 제자의 인건비와 장학금을 주식에 투자한 교수도 있었다. 또 14개 사립대는 학교 시설 건축비의 99%가 등록금이었다. 법인이 부담해야 할 건축비를 모두 등록금으로 메운 것이다. 감사원은 비리가 드러난 이사장과 총장, 교수, 직원 250여 명을 고발할 방침이다.

이번 감사는 '반값 등록금' 요구가 거세자 감사원이 지난 7월부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35개 대학이 지출과 수입을 부정하게 계상해 평균 187억 원씩 모두 6천552억 원을 부당하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대학의 지난해 등록금 수입 5조 1천500억 원의 12.7%다. 최소한 이 비율만큼은 등록금을 내릴 수 있었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번 감사 결과를 토대로 당장 내년 신학기부터 등록금을 내릴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리고 비리는 철저하게 추적해 처벌하고, 남은 대학에 대해서도 감사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감사원 스스로 사상 최대의 인원을 동원한 대규모 감사라고 자랑한 만큼 이번만큼은 대학 비리를 완전히 뿌리뽑는다는 자세로 감사를 해야 할 것이다. 대학도 더는 등록금 내리기를 피해서는 안 된다. 등록금을 올려 재단의 배만 불리고, 건물을 짓는 부정이 명백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런 악순환을 되풀이한다면 등록금 인하라는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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