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다.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성경'에서는 가난한 자는 부자가 될 수 없다고 한다. 신약성경의 마태복음 13장 12절에는 "무릇 있는 자는 받아 넉넉하게 되되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고 적혀 있다. 믿음이 있는 자는 더 큰 믿음을 얻는다는 의미로 예수가 한 말이나, 세속적으로 해석하면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는 더욱 가난해진다는 것이다. 가지지 못한 자는 가진 자보다 불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로버트 K. 머튼 교수(콜럼비아대학)는 이를 '마태 원리'라 불렀다. 요즘 말로 하면 신자유주의의 양극화 또는 부익부 현상이다.
마태 원리는 사회의 일반적인 메커니즘이지만, 이것은 사회를 붕괴시키는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피터터친은 '제국의 탄생'이라는 책에서 마태 원리가 제국을 멸망시켜 가는 과정을 거시적으로 분석했다. 가진 자의 탐욕이 늘어 불평등이 커지면, 사회적 불만과 갈등이 증폭되어 그 사회는 파멸을 맞는다는 것이다. 제국은 타살이 아니라 자살로 죽는 것이다.
로마는 천 년이나 지속된 인류 역사에서 가장 견고한 제국이었다. 로마공화정 초기 최상류층 1%의 재산은 많아야 평균 로마 시민의 20배 정도로서 빈부 격차가 거의 없다고 할 만했다. 게다가 귀족들은 로마를 지키기 위해 앞장서서 전쟁에 나가 제일 먼저 목숨을 바쳤다. 고대 유럽의 가장 위대한 장군으로 알려진 카르타고의 한니발은 수만 명의 군인과 37마리의 코끼리를 이끌고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알프스산을 넘어 파죽지세로 로마를 공격했다. 칸나이 전투에서 한니발에 맞서 싸우다가 로마 원로원 의원 3분의 1이 죽어나갔다. 그럼에도 로마는 쓰러지지 않았다. 귀족들의 희생이 로마군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고, 그들로 하여금 이길 때까지 싸우도록 했기 때문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이처럼 로마의 번성은 가진 자들이 공동체를 위해서 피와 재산을 아끼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서기 400년경 로마 제국이 붕괴하기 직전 부의 불평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대다수의 시민들은 귀족의 소작인이 되어 있었으며, 귀족들은 일반 평민의 약 20만 배의 재산을 가지고 있었다. 오랜 기간 동안 마태 원리가 작용하여 귀족들이 탐욕을 채웠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귀족들은 자기 재산을 지키기 위해 사병을 기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사병들은 로마를 지켜내지 못했다. 5세기경 야만인 게르만족의 공격을 받고 로마는 멸망했다. 빈부격차로 인해 사회적 결속력은 사라졌고, 탐욕의 늪에 빠진 귀족들도 로마를 위해 피를 흘리지 않았다.
지금 우리 사회도 마태 원리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는 '나쁜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특히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현 정권에서 더욱 극심하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줄여 주고 대기업을 지원해 주면 경제가 살아나고 그 혜택이 모든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것은 마태 원리를 부채질할 뿐으로 실업자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빈곤의 늪을 넓히고 있다. 서민들은 돈이 없어 가계 대출이 늘어나는데, 이를 이용해 은행은 엄청난 이윤을 남겨 돈 잔치를 한다. 대기업은 우월한 '갑'의 위치에서 중소기업을 먹잇감으로 삼고, 급기야는 골목대장이 되어 동네 구멍가게를 몰아내고 있다.
대니엘 리그니 교수(세인트메리대학)는 마태 원리는 자연의 법칙이 아닌 변화 가능한 사회구조의 문제이며, 이를 방치하는 사회를 '나쁜 사회'라 했다. 불평등이 심화되면 그에 대한 반작용도 일어난다. 최근 세계적 이슈로 떠오른 '월가를 점령하라' '우리는 99%'와 같은 저항운동이 그것이다. 한국에서는 10'26 재보궐선거 결과와 '안철수 대망론'으로 표출되고 있다. 아무런 보호막 없이 신자유주의의 정글에 내몰린 젊은 층에서 반란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투표를 통해 소리 없이 기존 정치 체제를 밀어내고 마태 원리를 거부했다. 서울시장 선거 직후 "정말 약자들 편에 서는 시장이 되셨으면 한다"는 안철수 교수의 말에 대한 울림은 계속 커지고 있다.
계명대 교수, 국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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