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하자는 한나라당이 갈피를 못 잡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지는 알 것도 같은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는 모르겠다는 분위기다.
9일 개최될 '쇄신 의원총회'에서는 지역별, 연령별, 계파별로 나뉘어 쇄신 논의가 산발적으로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의원들은 '영남권 물갈이'를 주장하고, 영남권은 '수도권부터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고령 의원부터 불출마 하라"는 주장이 제기돼 연령대에 따른 갑론을박도 예상된다. 한 의원은 "물갈이는 매 총선마다 40% 이상씩 이뤄졌는데 바뀐 게 무엇이냐"며 '젊은' 의원들을 겨냥했다. 친이, 친박, 중립계 등 계파별 쇄신안도 터져나오면서 당 지도부가 이를 제대로 수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김정권 사무총장은 "몇 번이라도 의총을 소집해 당의 언로를 열고 의원들의 생각을 지도부가 공유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준표 대표가 ▷중앙당사 폐지 ▷국민참여경선을 통한 비례대표 50% 공천 ▷슈퍼스타K 방식으로의 공개오디션을 통한 정치신인 영입을 골자로 제시한 쇄신안은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망신당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당 대표가 공천이나 정책, 당 운영 등에 부당하게 관여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없고 실천도 없으면 한나라당표 도돌이표식 쇄신 아이디어는 이벤트에 불과하다"고 비꼬았고, 유승민 최고위원은 "한나라당 쇄신안으로 일부 언론에 보도된 내용으로는 어림도 없다. 공천'정책'당청관계'인재영입의 문제에 있어서 본질을 말할 수 있는 쇄신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10'26 서울시장 보선 패배 후유증을 차기 총선 이전에 치료해야 할 한나라당으로서는 쇄신안이 가장 급한 불이지만 일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남경필 최고위원은 "지도부가 처절하게 반성하고 과거의 잘못에 대한 분석과 해법이 함께 나와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누구도 홍 대표 같은 구체적 내용을 담은 쇄신안을 내놓지는 못해 '비토만 악순환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이른바 '부자 정책'만 내세웠다는 이유로 소장파 의원들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하며 '쇄신 서한'을 보낸 것을 두고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소장파가 "당 대표가 이 대통령을 직접 만나 국정쇄신에 대해 직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홍 대표는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당을 위한 충정으로 알겠다"는 홍 대표의 발언이 사실상 이 대통령 독대를 거부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소장파의 쇄신 기운에 힘을 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 사과를 요구한 쇄신 연판장을 주도했던 김성식 의원은 "현 정부의 정책 기조가 부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결과가 됐다는 잘못을 시인하고 그로부터 변화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지금이 어쩌면 마지막 기회"라는 입장을 밝혔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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