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합병원 응급실 난동꾼 1명 못막은 경찰관 4명

30대 후반의 한 남성이 8일 새벽 대구가톨릭대병원 응급실에서 1시간 동안 난동을 부려 환자들과 병원 관계자들이 공포에 떨었다. 병원 폐쇄회로(CC) TV 캡쳐 화면.
30대 후반의 한 남성이 8일 새벽 대구가톨릭대병원 응급실에서 1시간 동안 난동을 부려 환자들과 병원 관계자들이 공포에 떨었다. 병원 폐쇄회로(CC) TV 캡쳐 화면.

대구 남구 대구가톨릭대학병원 응급실에서 30대 후반의 남성이 8일 새벽에 1시간 동안 난동을 부려 환자들과 병원 관계자들이 공포에 떨었다. 하지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멱살을 잡히고 폭행까지 당하는 등 난동자를 적극적으로 제압하지 못해 한동안 병원 응급실은 무법천지로 변했다.

난동을 부린 A(39) 씨는 이날 새벽 병원 인근에서 지인과 술을 마시다 말다툼을 벌이던 중 유리문을 손으로 쳐 상처를 입고 8일 오전 3시 15분쯤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A씨는 만취 상태에서 접수 수속도 밟지 않은 채 다짜고짜 치료를 요구했고 이에 당황한 의사는 응급처치를 했다.

병원 관계자는 "A씨가 워낙 막무가내여서 말이 통하지 않았다. 소란이 확대될 것 같아 우선 간단한 처치를 해 주었다"고 했다.

A씨는 응급처치를 받은 후 손에 붕대를 감은 채 갑자기 욕설을 퍼부으며 응급실 접수대로 돌진했다. 빨리 치료를 해주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붕대를 풀어헤치고 접수대에 있던 모니터와 의자 등 집기를 닥치는 대로 내던졌다. 응급실에 있던 의사와 경비원 등 20여 명의 직원들이 제지를 시도했지만 술에 취한 건장한 A씨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 환자 보호자는 "너무 무서웠다. 피하고 싶었지만 침대에 누워있는 아이와 함께 잠자코 엎드려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곧이어 신고를 받고 인근 지구대에서 경찰관 4명이 출동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병원 한 관계자는 "피투성이의 A씨가 워낙 막무가내여서 경찰관들도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한 경찰관은 신 씨에게 멱살을 잡히고 폭행까지 당했다"고 했다.

경찰이 머뭇대는 1시간 동안 병원 응급실의 사무집기가 파손되고 교통사고 응급환자가 왔지만 병원 측은 제대로 치료를 할 수 없어 환자들과 가족들도 심리적 충격과 고통을 받았다.

이에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한 경찰관은 "A씨가 피를 많이 흘리고 있던 상황이라 섣불리 제압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응급실에 있던 다른 환자와 보호자들은 경찰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해 응급실이 한동안 무법천지였다고 전했다. 어머니 간호를 위해 병원에 있던 박모(34'여) 씨는 "경찰관이 4명이나 왔는데도 난동꾼 한 사람을 제압하지 못해 무서웠다. 얼마 전 뉴스에서 경찰관이 출동했지만 흉기난동을 부린 인천 지역 폭력배들의 소식을 들었는데 실제로 경찰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니 한심했다"고 했다.

50여 분간 난동이 지속되자 지구대 경찰은 대구 남부경찰서에 지원 요청을 했고 오전 4시쯤 형사기동대 소속 경찰 10여 명이 응급실에 출동하고서야 난동이 제지됐다.

경찰에 연행된 A씨는 폭행, 재물손괴, 병원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조사에서 A씨는 "의사들이 크게 바쁘지도 않은데 치료를 해주지 않고 늑장을 부리는 것 같아 화가 났다. 병원에 피해를 주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백경열기자 b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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