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현장에서 본 국제결혼의 문제
상담 1. 우즈베키스탄 여성 R씨는 중개업체를 통해 한국 남성과 결혼해 작년 11월 한국에 입국했다. R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을 요구했고 남편은 당황스러웠다. R씨는 캐묻는 남편에게 자신의 신상정보를 중개업자에게 모두 알려줬지만 전달 안된 것 같다며 이번 결혼이 재혼이며, 모국에 두고온 딸아이가 입원 중이라는 얘기를 남편에게 전했다. 둘은 협의 이혼했고 남편은 현재 중개업자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상담 2. 중국 여성 L씨는 2008년 결혼한 한국인 남편과 문화 차이, 성격 차이 등으로 자주 부부 싸움을 벌였다. 그러던 도중 아기를 못낳는다는 이유로 남편에게서 이혼을 독촉받다가 다행히 임신에 성공했다. 하지만, 남편은 2010년 10월 아무런 설명 없이 "이미 이혼신고를 했으니 낙태하고 중국으로 돌아가라"고 일방적으로 통고해, 집을 나와 애를 낳고 어렵게 지내고 있다.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의 도움으로 남편과 친권, 양육권 등 조건에 합의하고 지난달 남편과 이혼했다.
이들 이야기는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가 개소 5주년을 맞아 11일 연 토론회에서 발표된 실제 상담 사례다.
권미경 중앙센터 상담1팀장은 "현재처럼 졸속으로 이뤄지는 국제결혼이 지속되는 한 이주여성뿐 아니라 한국인 남편들도 피해자가 되고 가정 파탄이 늘어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캄보디아, 베트남,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등은 국제결혼 중개를 금지하고 있지만 이들 여성과 한국인 남성과의 결혼이 중개업체를 통해 계속 속성으로 이뤄지고, 그런 만큼 이혼도 쉽게 결정된다는 게 상담 현장에서 포착된 현실이다.
국제결혼을 둘러싼 문제 중 문화적인 차이도 심각하다.
실제 센터가 2009년 초부터 2년 6개월간 처리한 면접상담 4천585건 중 부부갈등은 2천386건이며 갈등 이유로는 성격차이가 19.4%, 의사소통 18.7%, 경제문제 11.2%, 문화차이 10.5% 등 순이다.
경제문제를 빼면 서로 차이에 의한 갈등이 주를 이루는 셈이다. 특히 국제결혼 부부는 성격 차이를 해소할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더 근본적으로는 문화가 달라 발생하는 오해의 벽이 크다는 분석이다.
권 팀장은 "특히 베트남, 캄보디아, 몽골, 중국, 구소련연방 출신 등 사회주의권 출신 여성들은 전업주부의 개념이 낯설 만큼 경제 활동을 당연시한다"며 "남편이 순종적인 여성을 아내로 맞이할 생각이라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5년 전 센터 출범에 주춧돌 역할을 했던 한국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의 '이주여성 인권문제, 그 현주소와 과제' 기조발제도 있었으며 토론자로는 김재련 대한변협 다문화가정법률지원위원회 위원장, 유영님 두레방 원장, 임쥴리아 의정부외국인력지원센터 태국상담사 등이 참여했다.
연합뉴스
댓글 많은 뉴스
대통령실, 추미애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원칙적 공감"
지방 공항 사업 곳곳서 난관…다시 드리운 '탈원전' 그림자까지
李대통령 지지율 54.5%…'정치 혼란'에 1.5%p 하락
김진태 발언 통제한 李대통령…국힘 "내편 얘기만 듣는 오만·독선"
"차문 닫다 운전석 총기 격발 정황"... 해병대 사망 사고 원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