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울진농협 어이없는 변명

"영덕 등 인근지역 농협이 판매하는 기름은 밑지고 파는 겁니다. 정상적으로 주유소를 운영하려면 이 정도 가격은 유지해야 합니다."

기름 값을 내려 지역농가와 지역민을 돕겠다고 큰소리치던 울진농협주유소가 되레 기름 값을 비싸게 받고 있다는 비난(본지 17일자 4면 보도)과 관련, 울진농협은 '최소한의 마진'만 남길 뿐, 영업이익은 거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울진농협은 주유소 정문에 설치된 원가표를 내보이며 ℓ당 80원을 남기고 있으며, 카드수수료와 인건비, 세차장 운영, 사은품 등을 제외하면 10원도 채 남기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량 공동구매와 농협중앙회의 지원도 있는데, 타 주유소와 가격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울진농협은 "우린 정량'정품을 판매하고, 타 주유소는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어이없는 변명을 늘어놨다. 이어 "행정기관이 주유소에 대한 정량'정품 감시를 강화한다면 타 주유소에서 기름 값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험한 발상이다. 울진농협의 주장대로라면 타 주유소에서 기름 값을 낮춘 것은 가짜 기름 혹은 정량을 속여서 팔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또 타 주유소가 정량'정품을 지킨다면 자연히 기름 값을 올릴 수밖에 없고, 그때가 되면 울진농협이 좋은 기름을 얼마나 싸게 파는지 알게 될 것이라는 논리다.

울진농협이 사은품이나 인건비 등을 줄여 지역민들의 기름값 부담을 덜 생각은 않고 타 주유소에서 파는 기름을 의심하고, 원가 공개에 따른 이해만 구하면 된다는 식의 발상은 문제다.

이런저런 변명보다 경영의 묘를 살려 기름 값을 내리는 노력이야말로 울진농협이 주유소를 열며 주민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길이다. 울진'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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