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면 반가운 표를 내는 거야/ 이것저것 따져 뭐 할 건가/ 상대가 누구든 낯가리는 일 없이/ 강아지처럼/ 강아지풀처럼/ 반갑게 인사를 하는 거야(하략)' -강아지 풀- 중에서
'나무들이 장맛비에 몸을 맡겼다/ 평생 태어난 데 사는 나무도/ 마음이 젖을 때가 있구나/ 몸 섞고 사는 이웃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가둔 말이 있구나(하략)' -가둔 말- 중에서.
이 두 시는 표면적으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같은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살아 있는 것들의 숙명에 대해, 살아온 날들과 살아갈 날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평생 태어난 데 사는 나무'는 살아있는 존재라면 숙명적으로 안고 살 수밖에 없는 비애를 지칭한다. 존재들은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만나면 반가운 표를 내기도 하고, 또 아무리 몸 섞고 살더라도 입안에 가두고 사는 말이 있게 마련이다. 시인은 이 모두를 못마땅하지만 기꺼운 마음으로 긍정한다.
'오래 가까우니 당연히 뜨겁지요/ 이러다 정말 탈 나겠어요/ 더 이상 안 되겠어요/ 제발 좀 물러나 주세요/ 땅이 이렇게 애원했다 하자/ 해가, 못 이긴 척 들어주었다 하자/ 그러면 가을은 어떻게 되겠는가(하략) -배려- 중에서
권숙월 시인은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 대해 이런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자두 다 따내면 감사비료를 한다는 것을/ 자두농사 잘 짓는 사람에게 배웠다/ (중략) 그동안 애 많이 썼다고/ 고개 숙여 예의를 표한 것이다/ 자두나무 덕분에 아들 딸 공부 잘 시키고도/ 지금까지 한번도 인사할 줄을 몰랐다니' -참 따뜻한 공부- 중에서. 111쪽, 7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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