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 斷想] 인간의 욕구

"잔디밭에 깃대를 꼽았으나 공을 넣을 홀컵이 없었다. 아이디어를 짜내 만든 게 둥그런 PVC 통을 잘라 땅에 박은 거였다." "호리병 화병에 꽃이 시들지 않게 늘 꽃들을 갈아 꽂는 일은 만화가 맡아서 하였다."

앞서의 예문에 나오는 '깃대를 꼽았으나' '갈아 꽂는'에서 '꼽다'와 '꽂다'에 대해 알아보자. 앞 문장에 나오는 '꼽았으나'는 '꽂았으나'의 잘못이다.

'꼽다'는 수나 날짜를 세려고 손가락을 하나씩 헤아리다, 골라서 지목하다라는 뜻으로 "금융계를 통틀어 올해의 인물을 꼽는다면 우리 사장도 유력한 후보가 될 수 있다."로 쓰인다. '꽂다'는 쓰러지거나 빠지지 아니하게 박아 세우거나 끼우다, 시선 따위를 한곳에 고정하다라는 뜻이며 "그녀는 긴 머릿단을 뒤로 쓸어 넘겨 핀을 고쳐 꽂고는 밀짚모자를 도로 찾아 쓴다."로 활용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최우선으로 꼽는 것은 무엇일까.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험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에 관해 최초로 학문적인 연구를 시도한 사람이다. 그는 인간에게는 다섯 단계의 욕구가 있다고 했다. 1단계는 생물학적 욕구로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생리적 욕구이다. 2단계는 안전에 대한 욕구로 눈앞에 날아오는 돌을 피하는 것 같은 동물적 본능이다. 3단계는 사회적 욕구로 누군가에게 소속되고 싶고 애정을 받고 싶은 욕구이다. 4단계는 자긍심에 대한 욕구로 사람들은 누구나 다른 이들로부터 존경과 칭찬, 그리고 능력을 인정받고 싶어한다. 마지막으로 5단계는 자기 실현에 대한 욕구로 자기 실현은 인간이 갖는 가장 최상위의 욕구이기도 하다. 이같이 인간 욕구의 단계는 물질적인 것에서 정신적인 것으로 나아간다.

세상에서 출세하고 성공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있다. 그것은 삶의 기본을 충실히 지키며 사는 것이다. 삶의 기본은 자신과 인연을 맺고 있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 대하여 사랑과 믿음을 잃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삶에 운명처럼 엮여 있는 사람들을 끝까지 믿고 이해하며 살아가는 사람을 두고 삶의 기본에 충실하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이루지 못함을 아쉬워해 남에게서 빼앗아 성공하려고 했다면 결국 실패한 삶이 될 수밖에 없다.

무엇을 갑자기 세차게 잡아당기다, 남의 물건을 재빨리 빼앗거나 가로채다라는 뜻의 낱말은 '낚아채다'로 "매가 농장에서 기르는 꿩을 세 마리나 낚아챘다."로 쓰인다. "겨우 정신을 가다듬은 봉기는 마누라 팔을 나꿔채고 손바닥으로 입을 틀어막는다."에서와 같이 '나꿔채고'로 표기하면 잘못이므로 '낚아채고'로 바르게 써야 한다.

각자가 이루려는 목표에 앞서 기본에 충실한 삶이 우선이라는 것을 되새기는 한 주가 되었으면 좋겠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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