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험금 담보로 생활비…가계대출 '막다른 골목'

은행권 가계대출 억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전체적인 가계대출 규모가 증가한데다 제2금융권 등을 통한 가계빚이 늘어난 탓이다. '질 나쁜 가계빚'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는 게 금융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분기 가계신용은 892조원을 넘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신용은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카드사 및 할부금융사 외상판매)을 합한 수치로 일종의 '외상 거래'다. 9월 말 가계신용 잔액은 역대 최고치인 892조4천571억원. 2분기보다 16조원 이상 늘었다. 분기별 추세를 살펴보면 3개월마다 10조원씩 가계빚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추세를 보면 163조원 늘었다.

문제는 제2금융권 가계대출을 비롯해 보험사 대출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것이다. 고금리로 빌리는 돈, 연체로 이어진 돈, 보험금을 담보로 빌린 돈이 급격히 늘었다는 뜻이다.

은행권 가계대출의 1.6배 수준. 특히 2분기에 5천256억원 늘어난 보험사 대출은 3분기에는 3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 가계대출을 억제하면서 보험사 대출 등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보험사 대출 증가액의 50%가량이 보험 약관대출"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의 전세보증금 담보대출도 늘었다. 신한은행의 전세보증금 대출 잔액은 올 1월 말 800억원에서 10월 말 1천670억원으로 2배 늘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도 296억원에서 597억원으로 늘었다. '빌려쓰는 돈'이 점점 늘고 있는 것과 좀처럼 손대지 않는 보험금, 전세보증금 등을 담보로 돈을 빌린다는 것은 다른 대출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게 금융권의 해석이다. 대은경제연구소 부기덕 부소장은 "제2금융권 대출 급증은 다중채무자나 취약계층의 대출이 크게 늘었다는 것을 반증한다"며 "은행권에 비해 금리도 높아 상환 기간이 돌아오면 채무 부담에 따른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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