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에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과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집권하면서 '제3의 길'이 새로운 흐름으로 각광받았다. 1980년대 공화당 출신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보수당 출신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가 경쟁력 강화를 근간으로 하는 보수적 신자유주의 정책을 내걸어 한동안 성공을 거두었지만 피로감을 야기하고 경제가 침체에 빠지자 대안으로 나타난 현상이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이면서도 민주당의 전통적 가치인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 중시 노선을 버리고 사회 보장을 일자리 보장으로 바꾸는 복지 정책 개혁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부자에 대한 증세를 단행하고 신자유주의 노선을 따르는 북미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다.
노동당 소속인 블레어 총리 역시 전통적 지지층인 노동자 계층의 반발을 무릅쓰고 중산층을 끌어안는 정책을 표방하는 신노동당 노선을 이끌었다. 이처럼 '제3의 길'은 신자유주의 정책과 사회주의 정책의 폐해를 지적하며 중도, 혹은 중도좌파적 노선을 제시한 것이었다. 전혀 새로운 정책이라기보다는 진보의 전통적 가치를 잃지 않으면서도 보수 정당의 정책들을 융합시킨 노선이었다.
그러나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까지 가세한 이 정책 노선에 대해 다른 유럽 국가들의 좌파 정당들은 좌파와 우파 정책들을 적당히 섞어놓은 정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블레어 총리의 노선은 후임인 고든 브라운 총리에 의해 계승됐지만 인기가 식으면서 마침내 보수당에 정권을 잃으며 수명을 다했다. 클린턴 대통령도 공화당 소속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정권을 넘겨주면서 재직 시절 월가를 중시하는 정책으로 현재의 세계적 금융 위기를 초래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한국에서도 최근 '제3의 길'과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박근혜 의원은 보수적인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이면서 복지를 강화하는 정책들을 내놓고 있으며 민주당은 진보적인 다른 야당들과의 통합을 모색하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제3세력의 중심인물로 부상하고 있으며 대중도신당은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아우르겠다며 창당 행보를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이 어떻게 이어질지 주목되지만 결국 '제3의 길'이라는 것도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야 호응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김지석 논설위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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