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공공 부문 정규직 늘리면 비정규직 문제 해결되는가

정부와 한나라당이 내년부터 공공 부문 비정규직 9만 7천 명을 사실상의 정규직인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키로 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지만 전체 비정규직의 95.9%를 고용하고 있는 민간 부문 대책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어 반쪽짜리라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번 대책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선심용이란 의심을 사는 이유다.

이번 대책에 들어가는 예산은 2천600억 원이라고 한다. 민간 부문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 없이 이 대책이 실시된다면 극단적으로 얘기해 민간 부문 비정규직이 낸 세금으로 공공 부문 비정규직을 돕는 꼴이 된다. 이는 매우 불공정할 뿐만 아니라 공공 부문의 비정규직은 줄어드는데 민간 부문은 그대로 있는 기형적 구조를 부추기는 것이 된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민간기업도 따라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결국 공공 부문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선도해 민간 부문을 압박하겠다는 의도가 이번 조치에 깔려 있는 셈이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 현재 비정규직 대부분이 중소기업에 고용되어 있다. 중소기업은 자금 여력이 부족해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싶어도 못 한다. 공공 부문이 정규직 전환을 했다고 해서 중소기업도 뒤따를 것이라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정부는 공공 부문만이라도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충심을 알아달라는 식으로 얼버무려서는 안 된다. 기업도 당장은 어렵겠지만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저임금과 해고 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이 늘어날수록 구매력은 떨어지고 이는 결국 채산성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결국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지 않고는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은 어렵다. 정부는 보다 면밀한 대책을, 기업은 한발 물러서서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