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 글은 당신을 향한 악의적인 비난의 하나로 치부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몇 번이나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작품을 아끼고 사랑하는 독자로, 또한 같은 시대를 살아왔고 앞으로 살아갈 동년배라는 동질감에 기대어 이렇듯 어쭙잖은 용기를 냅니다. 지난주 야당에서는 당신에게 해명을 요구했었지요. 그것은 당신이 지난 11월 22일 한미 FTA 비준안이 통과된 뒤 트위터에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무능하고 썩어빠진 제1 야당, 손학새 민주당"이란 등의 글을 재인용하면서 직접 "잘 몰라서 묻는 건데, 한나라당서 파견되신 분, 맞죠"라는 글을 올린 것에 따른 것이었지요. 그 글을 읽으면서 정말 얼굴이 확 달아올랐습니다. 대학시절의 기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입니다. 독재정권과 싸우던 시절, 우리는 서로에게 가혹하리 만큼 치열함을 요구했고 그것은 결국 당파성이라는 계급의식으로 나타났지요. 어쩌면 그 시절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는지 모릅니다. 정의가 아니면 불의였던 시절이었으니까 말입니다. 더구나 강제 징집과 강제 휴학, 강제 해직이 당연시되던 시절, 옳은 것을 지키고 실천하려는 것만큼 소중한 것은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과연 그것만이 최선이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세상을 세상답게 만드는 것은 정말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만드는 것임이 분명한데 행여 우리는 또 다른 '당신들의 천국'을 만들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부끄러웠습니다.
노선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질시했다는 것을 구태여 고백하지 않더라도 우리 편을 만들기보다는 내 것을 주장하기에 더 마음이 급했던 것은 아닌지 후회를 하게 됩니다. 무슨 소리냐고 반문하실지도 모릅니다. 야당인 민주당에 잘하라는 의미로 지금 지도부의 안일한 태도로는 결코 대의를 도모할 수 없다는 것을 강하게 요구하는 맥락이었다는 것을 결코 모르지는 않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긴 합니다. 하지만 잘하라는 비판이 비난이 되지 않는 조건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닌지 아쉬웠습니다. '여당에서 파견된 분'이라는 말을 비난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말씀하신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세상을 향해 함께 가자고 말을 해야 한다면 당파성 앞에 '인간에 대한 예의'가 분명 앞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내 책을 읽은 사람 중에 단 한 명이라도 위안을 받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있겠느냐"는 당신의 말은 당신으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 또한 없어야 한다는 말과 같은 것은 아닌지요. 외로운 이들을 덮치는 겨울, 당신의 글로 따뜻함을 얻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이 글을 씁니다.
전태흥/(주)미래티엔씨 대표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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