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향인사] 김창균 신풍제약 대표이사

"지금은 제약업계 빙하기…기술력 바탕 재도약 자신"

말라리아 99.9% 치료 신약 개발 자랑

뇌졸중 치료제도 곧 임상 진행 계획

"연구개발 역량 강화만이 살아남는 길

큰 회사보다는 좋은 회사 CEO 되고파"

김창균 신풍제약 대표이사

요즘 제약업계의 표정은 밝지 않다. 한미 FTA 비준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한데다 내년 4월부터는 모든 의약품의 가격을 일괄적으로 인하하는 새로운 약가제도가 시행될 예정인 때문이다. 여기에다 관행적이었던 리베이트에 대한 법적 규제도 강화돼 '제약계의 빙하기'란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취임 석 달을 맞은 김창균(57) 신풍제약 대표이사는 비관적이지만은 않았다. "물론 일시적인 실적 부진과 수익성 악화는 피할 수 없겠죠. 업계 10위권인 저희 회사도 내년 매출액 목표를 못 잡을 정도로 위기입니다. 그러나 이번 쓰나미를 잘 극복하면 다시 한 번 도약할 자신이 있습니다."

김 대표의 자신감 뒤에는 신풍제약의 기술력이 있었다. 대표적인 제품이 지난 8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국내 16번째 신약으로 인정받은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Pyramax) 정'이다. 중견 제약업체로서는 큰 성과다.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비정부기구인 MMV(Medicines for Malaria Venture)'세계보건기구(WHO)와 신풍제약이 각각 700억원씩 투자해 12년 만에 개발에 성공한 이 약은 치료율 99.9%를 자랑한다. 연말에는 유럽의약청(EMA)의 신약 승인이 기대되고 있다.

"회사 규모로 봐서는 큰 모험을 한 셈입니다. 하지만 저희의 신약 개발 능력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전 사원이 매달렸습니다. 내년부터 연간 2억7천만 명분의 피라맥스를 판매, 5년 안에 세계 말라리아 치료제 시장의 30%를 점유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사실 말라리아는 엄청난 환자 수에 비해 '대박'이 터지기는 힘들다. 환자 대부분이 아프리카와 같은 저개발국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신풍제약이 이 같은 부담에도 말라리아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것은 '민족의 슬기와 긍지로 인류의 건강을 위한다'는 회사 창립 이념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창업자이신 장용택(75) 회장께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돌보겠다는 생각에 서울대 의대 진학 대신 약대를 선택하셨다고 합니다. 저희 회사 직원들은 이런 사풍을 자랑스러워합니다. 인간적인 유대관계도 끈끈할 수밖에 없어 밖에서는 '신풍 마피아'라고도 부릅니다."

이북 출신으로 대구에 피란왔던 장 회장이 1962년 대구에서 시작, 내년에 50주년을 맞는 신풍제약은 업계에서 해외 진출의 선구적 기업으로도 꼽힌다. 1970년대 국내에 만연했던 간디스토마 등 기생충 감염을 치료하기 위한 구충제 개발이 바탕이다. 아프리카 수단, 중국 톈진, 베트남 호찌민 등에 합작법인 형태로 완제품 생산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필리핀'미얀마 등에는 판매법인을 설립해 원료 및 완제품을 수출, 개발도상국의 보건에 기여하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하고 있는 또 다른 '비밀 무기'는 뇌졸중 치료제. 신경세포 보호 작용이 있는 새로운 구조의 물질(SP-8203)을 발견, 지난 2008년 국내 특허를 출원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 해외 47개국에서 특허를 출원 중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 물질은 뇌졸중 발생 12시간 이후에 투약해도 치료 효과가 있으며, 내년 상반기에 임상 1상 승인 신청을 진행할 계획이다.

"연구개발 역량의 강화만이 향후 제약기업의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저희는 초창기부터 R&D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전체 직원 900명 가운데 100명이 산하 2곳의 연구소에서 근무합니다. 앞으로도 투자 비중을 확대할 생각입니다."

신풍제약은 1990년 주식시장에 상장됐다. 올해 매출은 2천4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김 대표가 1983년 입사할 당시에만 해도 작은 제약회사에 불과했다. 물론 평사원으로 입사한 뒤 영업부장, 영업본부장, 전무이사, 부사장을 역임하면서 영업 현장을 누빈 그의 공도 작지않다.

"대학에서 관광학을 전공했는데 우연히 제약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형님이 운영하시던 약국에 오가던 깔끔한 차림의 제약회사 직원들이 좋아보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저는 큰 회사보다는 좋은 회사의 CEO가 되고 싶습니다. 직원들로부터 사랑받는 회사, 전문의약품 중심의 내실 있는 회사가 목표입니다."

예천 용문면 출신인 김 대표이사는 용문초교, 예천중, 대구 성광고를 거쳐 계명대를 졸업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