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프로농구 팀 잃어버린 광역시, 대구의 겨울

김동규(영남대 체육학부 교수)
김동규(영남대 체육학부 교수)

올해가 지나가고 세월이 많이 흘러도 '2011년 대구' 하면 분명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회상될 것이다. 평가가 다양할 수 있겠으나, 일단 대구시민의 입장에서는 대견한 일을 치렀다고 자부심을 느낄 만하다. 정부의 무관심과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도 대구시의 행정 조직력과 대구시민의 협력봉사정신이 이를 극복한 것이다. 이와 함께 올해는 프로야구 삼성이 우승을 선물한 것도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제가 어렵고, 보수 어쩌고저쩌고하는 소리까지 듣고 있는 마당에 이는 대구시민을 위안하고 사기를 북돋운 쾌거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2011년 대구 스포츠계에 따뜻한 바람만 분 것은 아니다. 대구시가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준비에 몰두하고 있는 동안 프로농구 오리온스는 대구를 떠나갈 계획을 세우고, 그들의 욕심대로 연고지를 고양시로 옮겨 버렸다. 이제 인구 250만 명의 광역시 대구의 겨울은 스포츠 경기 하나 볼 수 없는 꽁꽁 얼어붙은 한대지방이 되어 버린 것이다. 100만 명도 채 되지 않는 신흥도시에 광역시 대구가 프로 농구팀을 헌납한 꼴이 되었으니 시민의 자존심도 말이 아니다. 원망스럽기는 대구를 외면하고 도망쳐버린 오리온스팀이지만, 그렇다고 연고지였던 대구시 당국이 책임에 자유로울 수는 없다.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대구의 스포츠팬, 특히 농구팬들은 경기장을 외면한 적이 없다. 성적이 최하위권이었을 때도 서포터스를 비롯한 팬들은 꾸준히 경기장을 찾아 그들을 응원하고 격려했다. 그러나 연고지 대구시 당국은 오리온스가 떠나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눈치라도 채고 있었는지, 알았다면 도대체 무슨 조치를 취했고 어떻게 대처했는지? 관계자를 만나 잔류를 설득하고, 합당한 조건을 구상하고 제시는 해 보았는지? 또 이와 무관할 수 없는 대구시농구협회는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다.

지나간 일을 두고 왈가불가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라고 오히려 귀찮게 여길지 모르겠으나, 오리온스의 이적에 대해 대구시를 비롯한 관계자 누구도 이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한 경우가 없고, 향후의 대안 제시는 더구나 상상도 할 수 없으니 답답한 것이다.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는 프로스포츠 팀 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는 도시가 누릴 수 있는 물질적인 부가가치 외에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제대로 된 도시라면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구시는 지금부터라도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새로운 팀의 영입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현재 남자 프로농구 팀 중에는 성적, 연고지와의 관계, 재정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팀이 2, 3개 있는 만큼 대구시는 협상하기에 따라 충분히 한 팀을 영입할 수 있다. 대구 권역에는 300만 명 이상의 많은 사람이 살고 있으며 대구의 스포츠팬들이 어느 도시보다 강한 충성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프로농구단 유치의 강점이다. 무엇보다 시 예산을 들여 사실상 농구 전용구장으로 개조한 대구체육관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농구팀이 필요하다.

2003년 대구FC 창단 때 시민구단으로서는 향후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 시간을 두고 기업 팀의 유치를 모색하자는 주장을 뿌리치고 밀어붙인 대구시의 저력은 지금 어디에 가 버린 것일까? 이제 대구시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성공개최라고 하는 자화자찬에서도 깨어나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할 때가 되었다. 또 내년의 전국체전 준비에 경황이 없다고 하면 이는 대구시민을 한 번 더 짜증나게 하는 변명이 된다. 춥기만 한 대구시, 내년 겨울은 따뜻한 경기장에서 우리 팀을 목이 터지라 응원하면서 묵은 때도 벗기고, 대구시민으로서의 긍지도 되새길 수 있는 마당이 마련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귀 담아 들어주길 부탁한다.

김동규(영남대 체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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