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금고를 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 등 6개 중앙은행은 유동성 공급 공조에 나선 데 이어 중국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을 낮추면서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유로존 위기에 당장 진통제 역할은 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결국은 위기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유럽의 목소리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해 영란은행(BOE), 일본은행(BOJ), 스위스중앙은행, 캐나다은행 등 6개 중앙은행에 대한 달러 스왑 금리를 현행 100bp(1% 포인트)에서 50bp(0.5% 포인트)로 인하하기로 했다.
ECB는 이날 공동 성명서를 통해 "중앙은행들이 다음달부터 미국 달러화에 대한 유동성을 더욱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공동 보조를 취하기로 했다"며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유동성 공급 역량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조치의 목적은 금융시장의 긴장을 완화함으로써 가계와 기업 부문의 신용 경색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며 이를 통해 경제 활동을 촉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한 은행들이 어떤 통화로도 즉시 사용할 수 있는 달러를 확보할 수 있도록 보증하기로 했다. 달러를 상업은행들에게 대출해줌으로써 은행 간 달러 대출 경색을 완화하는 데에도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이들 중앙은행은 달러 차입 비용을 낮추는 것뿐만 아니라 달러 대출 기간을 2013년 1월까지로 연장하는데도 합의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사실상 '언발에 오줌누기'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진다. 세계 중앙은행들이 공조에 나섰다는 것은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반증일 뿐이라는 것이다. 세계 중앙은행의 금고도 열렸다고는 하지만 공짜는 아니다. 차입비용이 싸졌을 뿐 실질적으로 변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크게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7%를 웃돈 것이 단적인 사례다. 결국 해법은 유럽에 달렸다. 세계 중앙은행들의 공조는 유럽을 압박하는 카드지 해결책은 아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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