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축산업은 기로에 서 있다.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등 가축질병으로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사료값 상승과 환경규제 강화로 사육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가축분뇨로 인해 오염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에서 소비자들의 친환경 축산물에 대한 요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위기의 축산업에 '친환경'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폐기물로 취급되는 가축분뇨를 자원으로 재탄생시키지 않으면 미래도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 축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경북 축산업의 '자원순환형' 전환 가능성을 4회에 걸쳐 짚어본다.
2일 성주군 수륜면 적송리 수륜농협 가야산광역친환경농업단지 내 경축자원화센터(3천21㎡). 길이 60m의 발효기에서 짙은 갈색의 퇴비가 하얀 증기를 내뿜고 있었다. 소의 배설물과 팽이버섯톱밥, 왕겨, 토착미생물 등을 섞어 두 달가량을 발효한 퇴비는 자동화 시설을 통해 '가야산수륜퇴비'라는 이름으로 포장됐다.
약 30억원을 들여 2009년 3월 문을 연 이곳에선 가축분뇨로 만든 친환경 퇴비가 연간 30만포(6천t)가량이 만들어진다. 비료는 성주의 참외 농가를 비롯해 과수, 쌀, 채소 등의 작물을 재배하는 성주 내 800여 농가에 보급된다.
적송리 일대에는 경축자원화센터뿐만 아니라 원예용 공동육모장, 완전배합사료(TMR)공장, 벼 건조저장시설, 쌀 가공센터가 들어서 있다. 소 배설물을 수거해 퇴비화하는 과정부터 쌀 도정까지 모든 것이 한곳에서 이뤄지는 체계를 갖춘 것.
성주 수륜농협 한상철 상무는 "한우 농가에서 배설물을 수거해 양질의 퇴비를 만들어 친환경인증 농가에 공급하는 '자원순환'의 큰 틀에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축 분뇨로 만든 비료로 땅의 힘을 돋우어 지역 작물의 근원을 만들어 주는 중요한 역할을 '친환경 축산'이 담당하고 있다"며 "자원 순환 친환경에 축산의 미래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축산업이 친환경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여겨졌던 가축분뇨를 자원화하기 시작했다. 대외개방과 가축질병, 사료값 상승,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북 축산업에 '자원순환형' 친환경 축산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친환경 축산
경북 축산은 '자원순환형' 전환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
경북은 이미 상당량의 가축분뇨를 배출하고 있다. 지난해 경북지역에서 발생한 가축분뇨는 768만t으로 전국 발생량(4천653만4천t)의 16.5%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 가운데 퇴액비로 자원화 된 양은 84%인 647만2천t이고 나머지는 정화처리(79만5천t)되거나 바다에 버려지는 형편이다. 또 내년부터 가축분뇨의 해양방출이 금지되면서 경북은 31만6천t(전국 107만t)에 달하는 해양배출 가축분뇨를 자원화해야 하는 문제를 떠안게 된다.
이러한 가운데 축산 농가는 갈수록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 구제역으로 경북은 소 5만2천 마리, 돼지 37만 마리를 매몰했다. 이는 2010년 기준으로 각각 7.1%, 25.2%에 이르는 규모로 경북지역의 축산기반을 뒤흔들었다. 특히 구제역 확산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가축분뇨의 지역 간 이동이 지적되면서 지역에서 발생하는 가축분뇨를 해당 지역 농산물 생산에 활용하는 '자원순환형 축산'이 주목받고 있다.
친환경축산추진운동본부 경북도협의회 강호재 대표는 "가축 사육수도 많고 농경지도 넓은 경북은 축산과 경종이 상생하는 가축분뇨의 자원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며 "축산농가의 골칫거리인 배설물을 퇴비로 만들면 환경오염과 농지의 화학비료 사용을 줄일 수 있고 혐오시설로 인식되는 축사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는 환경정화의 기능도 있다"고 강조했다.
◆경북 축산이 살길
친환경축산의 핵심은 축산농가와 논밭을 일구는 경종농가의 상생관계 구축에 있다. 상생의 선순환 연결고리에 축산분뇨의 자원화로 대표되는 '자원순환형' 친환경 축산이 있다. 축산농가는 가축 배설물을 비료로 만들어 토양에 되돌려주고, 경종농가는 화학비료를 대신할 양질의 유기질비료를 공급받아 유기농산물을 재배할 수 있다. 이렇게 재배된 농산물은 다시 축산농가의 사료로 제공되는 선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가축분뇨의 자원화를 위해 정부는 올해 사육밀집지역과 해양투기가 많은 지역의 양돈농가(1천∼3천 마리 미만)를 대상으로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 지원을 집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공동자원화시설을 통해 축산분뇨의 해양투기 처리비용 절감은 물론 수질개선과 환경오염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
설치유형은 1일 100t 정도를 처리하는 대규모의 집합형 중심에서 중소규모의 분산형(1일 30t)을 병행설치하기로 했다. 아울러 지원 내용도 제조시설, 유통시설, 장비 위주에서 나아가 미생물 배양실, 검사실, 검사장비, 조경, 교육장 등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농가 처리시설도 집중 지원한다. 전업규모 양돈농가(1천∼3천 마리 미만)와 해양방류 중인 농가를 중심으로 지원되며 올해는 1만t 이상 배출하는 31개 시군에 집중 지원됐다.
액비유통기반의 경우는 2012년까지 액비유통센터 170곳, 액비저장조 8천300곳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액비유통센터는 농경지 200ha 이상을 확보하고 액비화시설이 구비된 농가들이 참여할 수 있으며, 액비저장조는 공동자원화, 액비유통센터, 경종농가 작목반 등에 우선 지원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창길 자원환경팀장은 "축산을 둘러싼 환경변화에 발맞춰 경북은 하루빨리 자원순환형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며 "지역별로 축산과 경종 농가, 농협 등이 협의체를 구성해 축분 비료의 활용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통센터 중심으로 수송과 살포를 담당하는 업무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키워드=친환경축산이란? ▷수질'토양'대기오염을 방지해 환경을 보전하고 ▷물질의 자원순환 등을 활용해 자연 생태계를 유지'보전하며 ▷동물복지 등을 통한 자연치유력의 회복 등으로 가축의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주변 자연과의 조화로 농촌의 경관을 유지함으로써 지속적인 재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축산업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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