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한 날
베이고 밟혀
피 흘리며
쓰러져놓고
어쩌자고
저를 벤 낫을
향기로
감싸는지……
알겠네
왜 그토록 오래
이 땅의
주인인지
민병도
패륜아인 아들을 몇 번이고 감싸는 부모, 저를 벤 낫을 감싸는 들풀이겠지요. 반대로 폭력만을 일삼는 남편을 견디며 아침마다 된장국을 끓여내는 여자도 저를 벤 낫을 감싸는 들풀이겠어요.
이 세상은 베는 자와 베이는 자로 나뉘지요.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뉘지요. 가해자는 죽었다 깨어나도 피해자의 상처를 알지 못합니다. 상처가 아픈 건 기억 때문이죠. 그것이 심층에 자리 잡고 있다가 바람에만 닿아도 소스라치게 깨어나는 통증인 걸 그가 알겠어요?
그런데 베는 자의 사고가, 가해자의 속성이 우릴 더 힘들게 해요. 끝까지 자기를 반성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이 땅의 주인은 분명 그런 상처받은 자, 낫에 베인 들풀인데요. 놀랍게도 상처 받은 자, 낫에 베인 자가 그 상대를 향기로 감싼다니요. 사물들의 교훈이 우릴 더욱 엄숙하게 해요. 그걸 들풀이 우리에게 가르치네요. 알겠어요. 가장 궁극의 선은 용서라는 것, 더하여 사랑이라는 것. 그걸 행하는 자 이 땅의 주인이라는 성찰, 아름답습니다.
시인





























댓글 많은 뉴스
"참 말이 기시네" "저보다 아는게 없네"…李질책에 진땀뺀 인국공 사장
장동혁 '만사혁통' 카페 가입시 사상검증? "평소 한동훈 부르는 호칭은?"
'李 대통령 질타' 책갈피 달러에…인천공항사장 "무능집단 오인될까 걱정"
[인터뷰]'비비고 신화' 이끌던 최은석 의원, 국회로 간 CEO 눈에 보인 정치는?
李대통령 "종편, 그게 방송인지 편파 유튜브인지 의심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