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벌금 500만원" 음주운전 '뒤늦은 후회'

혈중알콜 0.1 이상땐 300∼500만원 벌금…대부분 몰랐다 '화들짝\

9일부터 새롭게 강화된 음주운전 처벌 법안이 시행됐다. 이날 대구 수성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두산오거리 인근 도로를 차단한 채 음주운전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9일부터 새롭게 강화된 음주운전 처벌 법안이 시행됐다. 이날 대구 수성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두산오거리 인근 도로를 차단한 채 음주운전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연말연시를 맞아 송년회 등 각종 모임이 많은 만큼 음주운전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시기다. 음주운전 처벌 기준 강화 후 벌어진 첫날 단속 현장을 함께했다.

◆"울어도 소용없어요"

9일 오후 10시 대구 수성구 두산동 한 도로. 편도 6차로 중 4개 차로를 따라 라바콘(원뿔 모양의 빨간 기둥) 10여 개가 촘촘히 세워졌고, 그 사이로 경찰 9명이 자리를 잡고 섰다. 살을 에는 듯한 찬 바람에 대비해 귀마개와 마스크, 장갑까지 착용한 이들은 빨간 불빛을 내뿜는 경광봉을 이리저리 흔들며 3개 차로로 들어서는 차들을 멈춰 세웠다. 경찰은 차량이 정차한 사이 창문을 내리게 한 후 손바닥만 한 크기의 '음주감지기'를 내밀며 운전자에게 힘껏 불 것을 요구했다. 택시나 트럭, 오토바이도 예외가 될 순 없었다.

30분쯤 지나 한 여성 운전자가 도로 가장자리에 대기 중이던 경찰 버스로 인계됐다. 음주단속 현장을 보고 옆 골목으로 달아나려다 대기 중이던 경찰관에게 덜미를 잡힌 것. 이모(40) 씨가 버스에 오르자 이내 술 냄새가 진동했다. 그는 한 경찰관에게 연거푸 물을 달라고 요구하며 20분이 넘도록 음주 측정에 응하지 않았다.

경찰관은 "30분이 지나면 측정 거부로 간주돼 더 큰 처벌을 받으니 음주 측정에 응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측정기상에 나타난 수치는 '0.135%'. "제발 면허 취소는 안 된다"며 눈물을 보였지만 소용없었다. 바뀐 처벌 기준에 따라 벌금 액수가 최대 500만원까지 나올 수 있다. 대리운전비 1만원 아끼려다 500배의 벌금을 물게 생긴 것.

9일부터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음주운전 시 혈중 알코올농도 수치별로 처벌 기준이 한층 강화됐다. 하지만 이날 적발된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이 사실을 잘 알지 못했다.

면허정지 처분을 받게 된 정모(40'달서구 상인동) 씨는 "처벌 강화를 오늘 처음 알았다. 벌금이 많이 오른 만큼 앞으로 더 조심해야겠다"고 했다. 심모(55'여) 씨는 "뉴스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세부적인 기준까진 몰랐다"며 "음주운전으로 적발되고 나서야 배우게 된 셈"이라고 멋쩍게 웃었다.

◆어떻게 바뀌었나?

개정된 처벌 기준에 따르면, 혈중 알코올농도가 0.05~0.1%인 음주운전자는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되고, 0.1~0.2%인 경우에는 6개월 이상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음주운전 시 부과되는 벌금도 늘어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혈중 알코올농도 수치에 관계없이 3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형이 적용, 처벌의 하한선이 없었기 때문에 법원이 50만~300만원 정도의 벌금을 부과해 왔다.

실제 이날 단속에서 혈중 알코올농도 0.1%가 넘는 상태서 운전해 적발된 운전자들은 기존보다 200만원까지 벌금을 더 내야 할 수도 있다. 운전자 박모(39'경산시 중산동) 씨는 "몇 년 전 음주운전을 해 적발된 적이 있는데 그때는 벌금으로 70만원을 냈다"며 "벌금 액수를 보니 정말 음주운전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혀를 내둘렀다.

한편 이날 대구 수성경찰서가 실시한 음주운전 단속은 오후 10시부터 자정까지 이어졌고, 모두 5명(0.05~0.1% 4명, 0.1~0.2% 1명)이 적발됐다. 수성서 김진철 교통안전계장은 "음주운전에 대한 엄벌은 세계적 추세"라며 "스스로 음주운전을 하지 않는 성숙한 교통 문화가 정착되는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백경열기자 b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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