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음악에 대한 추억

고교시절 열차를 이용해 서울을 다녀오곤 했다. 대구 동성로 'D음향사 2층' 이나 대명동 계명대 앞 'M레코드'에서 구하지 못한 음반들을 찾기 위해 그렇게 서울행 열차를 탄 것이었다. 90년대 초, 당시 하드록과 헤비메탈에 빠져 있던 터라 필요한 음반을 구하기 위해 그 정도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세운상가에 가면 준 라이센스(일명 빽판)가 즐비했다. 당시 500~1500원 정도 했던 이 음반들은 스크래치와 함께 좋은 음질을 기대할 수는 없었지만 아직도 잉위 맘스틴이나 게리 무어의 기타연주 혹은 코지 파웰의 드럼을 들으면 심장이 멎는 듯하다.

당시 대구에도 동성로를 비롯해 여기 저기 하드락의 공연영상과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음악다방들이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주로 프로그레시브 록을 들려줬던 '가교'란 곳을 자주 찾았고, 그곳에는 음악을 들려주는 멋진 디제이들도 있었다. 얼마 전 운영자가 작고하셨다는 고전음악감상실 '녹향'이나 '하이마트'(Heimat)도 오랜 전통을 가진 대구의 음악감상실이다. 녹향은 1946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개관한 음악감상실이고 3대째 대물림한 하이마트도 내년이면 55번째 생일을 넘기게 된다.

당시 대구에는 많은 록그룹의 공연도 있었다. '슈퍼록'이란 정기적인 공연을 기획하는 록공연 전문기획사도 있었는데, 지금 그곳은 실력파 가수를 양성하는 실용음악학원이 되었다. 당시 대구대학교 대명동의 강당에서 주로 록 콘서트가 열렸고 대구그룹 '메시아', '한반도'의 공연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서울에서 활동하던 국내 정상급 록그룹들도 이런 공연에 참가하기 위해 대구를 찾았으며, 공연장은 온통 록마니아로 자리를 메웠다.

하지만 이런 음악들을 들으면서 창작활동을 하기는 힘이 든다. 너무 강한 음악이기에 작업은커녕 그 음악에 빠져들어가 버리기 때문이다. 대신 작업실에서 듣기에 가장 좋은 음악으로 라운지 음악을 추천한다. 인도, 북아메리카, 라틴과 같은 민속음악과 일렉트로닉 음악을 맛있게 믹스한 이 곡들은 편안하게 들을 수 있어 작업 능률도 오르는 것 같다. 라운지음악은 과격하지 않고 음악에 귀를 귀울이게 하는 경우 또한 없는 편이라서 상대와의 대화에도 좋고, 작업은 물론 독서와 휴식을 가질 때도 좋은 음악이라 하겠다.

이제는 음원들조차 파일화 되어버린 이 시대에 난 오늘도 토렌스 턴테이블 위에 피터, 폴 앤 메리의 'Blowin' in the Wind'를 들으며 옛 추억을 되새겨 본다. 당시 음악다방 디제이가 된 것처럼.

송 호 진 대구대 영상애니메이션디자인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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