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수능·내신 무력화로 본고사 부활시키려 하나

교육과학기술부가 2014학년도부터 일반계 고등학교의 내신을 절대평가하기로 했다. 수능시험처럼 비율을 정해 1~9등급으로 상대평가하던 것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상대평가에 따른 과도한 경쟁을 줄이고, 창의'인성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이다.

고교 성적 절대평가제는 1996년 도입했으나 시험 문제를 쉽게 내는 학교의 의도적인 내신 부풀리기를 막을 방법이 없어 2004년 폐지한 바 있다. 또 내신에 대한 불신으로 대학이 내신 비중을 줄이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특목고 진학에 매달려 사교육을 조장하는 부작용도 낳았다.

최근 쉬운 수능 출제, 고교 절대평가제 같은 정부의 교육 정책을 살펴보면 대학 본고사를 부활시키려는 사전 작업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 본고사는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와 함께 교육 3불 정책에 묶여 1999년부터 금지됐다. 하지만 각 대학은 자율과 경쟁력 강화를 앞세워 본고사 부활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이런 가운데 쉬운 수능과 고교 성적 절대평가제로 수능과 내신이 변별력을 잃으면 대학은 우수 학생을 뽑기가 어렵다. 가장 손쉬운 방법이 심층 논술이나 심층 면접 강화가 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본고사 도입 주장이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부작용에 대한 대책 없이 실패한 정책을 다시 도입하는 것은 안 된다. 더욱이 현재의 공교육은 복잡한 대학 입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내신까지 무력화시키면 공교육이 설 땅은 더욱 좁아진다. 현 정부의 교육 정책이 명분을 얻으려면 먼저 대학이 인성'창의력만을 잣대로 학생을 뽑도록 입시 제도를 고쳐야 한다. 또 이런 인재를 키울 수 있도록 공교육을 집중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대책 없이 말로만 하는 인성'창의 교육은 오히려 교육 제도의 혼란만 부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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