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가 만든 각종 조례와 규칙 가운데 법률체계 차원에서 다소 엉성한 규범들이 적지않습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제대로 제도화될 수 있도록 조언하는 역할도 법제처가 꼭 해야 할 일입니다. 조만간 법제처 직원들이 각 지방정부를 방문해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기회가 있을 겁니다."
한영수(44) 법제처 법제심의관의 '고향 사랑' 방식은 아주 간단하다. 대구'경북지역 자치단체들이 각종 행정규범의 체계 적격 여부를 묻는 문의를 해오면 최선을 다해 성실하고 꼼꼼하게 답변해 주는 식이다. "법제심의관은 고향에 더 많은 예산이나 행정기관이 갈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는 아닙니다. 자치단체들이 자체 법규를 제대로 정비할 수 있도록 조언하고, 각종 행정규범의 유권해석과 관련해 제가 가진 경험을 공유하는 식으로 고향 까마귀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한 심의관은 법과대학을 졸업했지만 사법시험이 아니라 행정고시(34회)에 합격했다. 대학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법조에서 일하는 분들은 각종 분쟁 속에서 살죠. 저에게는 그런 스트레스가 안 맞을 것 같기도 했고, 행정 분야는 다소 창의적이라는 생각에 행정을 선택했습니다."
그는 1991년 법제처에서 공직을 시작한 이후 국외연수(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와 청와대 파견 등 4년을 제외하곤 줄곧 법제처에서 일했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금융 분야 법제 정비를 담당하면서 준법감시인제도 등 미국식 금융감시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으며 올해 초에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법과 관련, 지식경제부와 환경부 사이에서 쉽지않은 조정안을 이끌어냈다. 최근에는 검찰과 경찰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수사권 조정안 성안 과정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1966년 포항시 북구 남빈동에서 2남1녀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자신이 골목대장 시절을 보낼 때만 하더라도 포항 곳곳에서 시골스러운 정취를 느끼며 사람들과 정을 나눌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추억이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아버지와 형님을 따라 낚시 다니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밤 바다 위에 드리운 제철공장의 불빛과 아버지가 즐겨 들으시던 남인수 씨 노랫가락도요. 하지만 날로 성장하는 고향이 든든하면서도 옛 정취가 사라지는 건 조금 아쉽습니다."
한 법제심의관은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고향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적어도 20년 뒤를 내다본다는 생각으로 인생의 진로를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머뭇거리지 말고 도움이 될 만한 주변의 조언자들과 충분히 상의해 보세요."
포항초교'포항중'고교를 졸업한 '3포' 출신인 그는 서울대 법대에서 대학 생활을 보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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