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영산' 히에이산(比叡) 남쪽 기슭에는 소후쿠지(崇福寺)라는 사찰이 있었다. 신라 승려가 세운 절이다. 한때 전국 10대 사찰에 속했지만 사리지고 없다. 주춧돌만 남아있어 그 흔적만 말해줄 뿐이다.
서기 7, 8세기 히에이산 일대는 신라인의 주 활동무대였으니 신라 사찰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시가현립대 다나카 도시아키(田中俊明'59) 교수는 "히에이산 아래 오츠시 일대에서 온돌 주택이 자주 발견되는 점 등을 보면 신라인들이 집단으로 거주했음을 말해준다"고 했다. 사찰이 있던 곳은 오츠에서 교토로 가는 통로였으니 유력한 신라계 호족들이 자주 찾았을 것이다. 668년 창건돼 히에이산 사찰 간 싸움에 휘말려 가마쿠라 막부 말기인 13세기 초 불태워졌다.
종파 싸움은 같은 천태종 뿌리를 갖고 있는 엔라쿠지(延曆寺)와 온조지(圓城寺)사이에 벌어졌다.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승병을 동원해 전쟁을 벌였는데 두 사찰 사이에 위치한 숭복사는 그 와중에 망해버렸다. 엔라쿠지는 승병 3천 명을 보유할 정도로 막강한 힘과 경제력을 갖고 있었다.(훗날 1571년 오다 노부나가에 의해 절이 모두 불태워지고 1만 명이 학살됨)
숭복사에서 500m정도 산 아래에 가면 신라인들의 집단 무덤이 있다. '백혈고분군'(百穴古墳群)으로 불리는데 넓적한 바위로 지붕을 얹고 기둥을 세웠다. 곁에서 보면 무덤 통로 입구가 구멍처럼 보여 '백혈'이라 불린다. 40여 개가 발굴됐는데 금귀걸이, 금팔찌 등이 발견됐다. 7세기쯤 만들어져 한국 고대 지석묘와 닮아있는 이 무덤은 이 지역 호족이었던 신라인들이 묻혔다. 수도인 교토와 인접한 이 지역을 쥐락펴락한 이들은 바로 신라인들이었다.
박병선기자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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