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는 절대자유와 사고의 유연성을 일깨우는 중국고전의 백미다. 예로부터 중국사회이 유가(儒家)는 정치제도와 사회규범뿐만 아니라 사고방식과 가치판단 등 인간의 내적인 마음까지 통제하려고 했다. 그 사상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대륙의 질서를 잡고 굴러가도록 하기 위해 불가피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교조적이고 형식적인 구속이었다. 그 구속을 깨 준 것이 노자와 장자의 사상이었다.
장자를 읽는 일반적인 목적은 절대자유와 사고의 유연성을 획득하는 것이겠지만, 그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로 읽어도 좋다. 웃음이 절로 나오는 비유로 의미심장한 핵심을 전하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장자 내편에는 '지리소'(支離疏)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지리소라는 사람이 있는데, 턱이 배꼽에 숨어 있고, 어깨가 정수리보다 높으며 상투는 하늘을 가리키고, 오장(五臟)은 위에 있으며, 두 넓적다리가 겨드랑이가 된 자다.(요컨대 매우 심한 꼽추라는 말이다.) 그러나 바느질을 하고 헌옷을 빨아 생계를 꾸려 갈 수 있고, 키질을 하여 정미를 까불어 열 식구를 먹여 살린다. 나라에서 병사를 징집해도 지리소는 팔을 걷어 올리고 그 사이를 돌아다닌다.(모두들 몸을 피하려 하지만 거리낌 없이 활보한다는 의미) 나라에 큰 부역이 있어도 지리소는 항상 지닌 병이 있다는 이유로 일을 받지 않는다. 나라에서 병자(病者)에게 곡식을 내릴 때는 세종(三鍾'64말)의 곡식과 열 묶음의 땔감을 받는다. 그 몸이 불편한 자도 천수를 다하고 몸을 보양하는데, 하물며 덕을 불구로 한 자는 어떻겠는가.(자신의 덕이 온전하지 못하다며 겸손하게 여기는 자는 어떻겠는가.)'
'지리소'라는 인물의 겉모양과 행태를 생생하게 묘사하는 것만으로 덕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것이다.
장자 외편 '추수'에서는 거북이 이야기가 나온다. 장자가 복수에서 낚시를 하는데, 초왕이 대부 두 사람을 보내 조정으로 들어와 나라를 위해 벼슬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장자는 "내가 듣기에 초나라에 신령한 거북이가 있는데, 죽은 지 3천년이 되었어도 왕이 보자기로 싸고 상자에 넣어 종묘에 간직한다고 했소. 이 거북이가 차라리 죽어서 뼈만 남아 귀해지고자 했겠소. 살아서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고자 했겠소?" 이에 두 대부가 "살아서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고자 했겠지요." 장자가 말했다. "가시오. 나는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며 살겠소." 부귀와 공명의 허망함을 이렇듯 생생한 비유로 전하는 것이다.
외편 '산목'은 빈 배의 비유를 든다.
'나란히 묶은 배로 강을 건널 때, 빈 배가 와서 배에 부딪치면 비록 속이 좁은 사람이라도 화를 내지 않지만, 그 배 위에 한 사람이 있다면, 배를 당기든가 거두라고 소리 지를 것이다. 한 번 소리치는데 듣지 못하고 두 번 소리치는데 듣지 못하면 이제 세 번째 소리칠 때에는 틀림없이 좋지 못한 소리가 이어질 것이다. 아까는 화내지 않았는데 지금은 화를 내는 것은, 아까는 빈 배였지만 지금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자기를 비우고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면, 누가 그를 해칠 수 있겠는가.'
퇴근해서 집에서 장자를 뒤적거리다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으면 되니 부담도 없다. 한마디로 위대한 우화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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