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꿈이 있니?" 내가 나에게 물었다.
"물론. 꿈이 있지." 내가 나에게 대답했다.
"꿈이 뭐니?" 내가 나에게 다시 물었다.
"내 꿈은 내가 영원히 꿈을 잃어버리지 않는 거야." 내가 나에게 대답했다.(친구가 쓴 글 뒷부분)
'풍경'이란 말이 참 좋다. '풍경'이란 말에는 바람소리가 담겼다. '풍경'이란 말에는 쓸쓸함도 담겼다. 그대도 그 바람소리를 듣고 있는가. 차라리 귀를 닫고 싶은 소리들로 인해 지금 불어오는 바람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아닌가. 다시 귀 기울여 바람소리를 들어보라. 분명 들릴 게다.
여전히 흔들리며 살아가는 것이 내 살아가는 풍경이지만 지난 몇 달간 흔들리는 나무들처럼 몸을 가눌 수 없었다. 내 속의 거센 바람은 내 변화된 삶의 풍경에 대한 무지와 원망과 비난과 미움의 바람이었다. 그게 참으로 힘들었다. 나 스스로 내 삶을 미워하는 마음은 무엇보다도 고통스러웠다.
그대도 지금 그러하지 아니한가. 따뜻한 마음보다는 차갑고 싸늘한 것들만 만지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가. 그래. 내 꿈은 그렇다. 내가 영원히 꿈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 위대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가장 큰 차이는 꿈의 유무에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영원히 위대한 사람이고 싶다.
알고 있는가?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향해 몰입하고 있는 풍경은 사람들이 만드는 풍경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란 걸. 전날까지만 해도 수없이 질문하던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그냥 책에, 문제집에 얼굴을 묻고 있으면 분명 시험 칠 시간이 다가온 게다. 시험이 다가오면 아이들은 조금씩 말을 잃어간다. 오랜 시간 봐왔던 풍경이지만 그런 풍경은 나를 쓸쓸하게 만든다.
그게 참 슬프다. 언제나 소수의 승자만이 존재하는 제로섬 게임에서 헤어날 수 없는 아이들의 미래가 안타까웠다. 선생님이라는 자리가 참 좋았다. 내 조그만 노력으로 아이들에게 꿈을 주고, 그 꿈을 향해 걸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되는 그것이 바로 내 꿈이 되는 멋진 길. 지금도 나는 꿈을 꾼다. 아이들이 삭막한 곳을 지나더라도 마른 꽃향기나마 만나기를. 회색 콘크리트 길에서도 담쟁이 잎을 바라보고도 악기소리에 젖어 보기를. 흙이 사라진 길에서도 나뭇잎 하나 주워보기를.
물음표로 시작되지 않은 느낌표는 물론 의미가 없다. 하지만 물음표만 존재하는 삶도 의미가 없다. 물음표보다는 느낌표가 내가 살아가고 싶은 풍경이다. 내가 걸어온 길의 풍경이 언제나 그립다.
아이들에게 꿈이 만드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는 본래의 교육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이들이 경쟁을 해야 하는 건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행복하기 위해서이다. 얼굴과 인격이 서로 다르지만 행복할 수 있는 권리는 모두가 갖추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저마다의 소리를 가지고 저마다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사람으로 아이들을 기르는 것이 교육이다.
저마다 모닥불로 타는 가슴을 안고 눈물 나도록 마음자리 가까이 기쁨으로 앉아 따스한 손 마주 잡고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자신과 타인의 삶을 접속하게 하고 횡단하게 하고 거기에서 자신의 삶을 창조하는 길을 가르쳐야 한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 자유롭게 꿈꾸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앞으로 '교육 느낌표'라는 이름으로 연재하려는 이야기는 나와 내 친구들이 걸었고, 걷고 있고, 앞으로 걸을 아름다운 길에 대한 보고서이다. 비록 소박하지만 절실했던 시간의 기록이다.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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