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따른 정부의 조의 표명과 조문사절단 파견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재연될 조짐이다. 조문사절단 파견은 1994년 김일성 주석 당시 국내에서 극심한 이념적 정치적 대립을 빚었던 사안이다. 북한은 19일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공식적으로는 외국의 조문을 받지않겠다고 밝혔다.
야권은 조문사절단 파견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민주통합당 원혜영 공동대표는 20일 라디오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이럴 때일수록 온 국민이 뜻을 모으고 정당들도 힘을 합쳐야 한다"며 "정부는 남북관계에 불필요한 긴장과 갈등이 조성되지 않도록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용선 공동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의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에서 "1994년 북한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조문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고 혼란됐던 상황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며 "차분하게 한반도 안정을 관리할 지혜가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은 전날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조문사절단 파견에 공감대를 갖고 이 문제를 정부와 협의하기로 했다. 당권 주자인 한명숙 전 총리는 "이번 일이 또 다른 위기와 긴장으로 이어지지 말아야 한다"고 했고, 김부겸 의원은 "북한이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조의를 표한 만큼 우리도 그에 걸맞은 예를 표해야 한다"고 했다. 이희호 여사도 "2009년 8월 남편(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조문특사단을 서울에 보내준 만큼 조문을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노무현재단은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에 요청해 별도의 '조의 전문'을 보내기로 했다"며 "김 위원장의 급서에 조의를 표하고, 유족과 북한 동포들께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반면 보수진영에서는 조문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자유선진당 문정림 대변인은 "조문단을 파견해야 된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고, 보수단체인 라이트코리아는 성명에서 "정부는 북한에 조문단을 보낼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말고, 종북세력이 북한으로 조문을 간다고 하면 절대 불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주도하는 선진통일당(가칭) 준비모임은 "고위인사가 참여하는 조문을 통해 정부 차원의 접촉을 유지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면서도 "정부 차원의 조문 조치 외에 민간사회단체 혹은 개인 차원의 조문은 일절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조문사절단 파견에 대한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당 일각에서 조문 필요성을 제기해 주목된다. 원희룡 의원은 트위터 글에서 "북한의 기아와 인권상황, 한국 공격도발이 정중한 외교까지 부정하는 이유는 되지 않는다"며 "정부도 정중하고 예의 갖춘 조의 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조의 표시가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북한이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성의 있는 사과를 내놓지 않은 상황이어서 고심하고 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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