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꽃도 피우지 못한 어린 학생들에게

우동기 대구시교육감
우동기 대구시교육감

연일 살을 에는 듯한 찬바람이 붑니다. 12월 20일 그날도 이렇게 추웠습니다. 그 언 땅에 아직 꽃피우지도 못한 어린 학생을 눈물과 함께 다른 세상으로 보내게 되었습니다.

불행하게도 24일 대구 여고생 한 명이 신병을 비관해 또 자살을 하고 말았습니다. 교육감으로서 황망함에 할 말이 없습니다. 약속을 지킬 시간도 갖지 못했는데…. 대구 학생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며 학부모님들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죄송함을 전합니다.

"이 방법이 가장 불효이기도 하지만 제가 이대로 살아간다면 더 불효를 끼칠 것 같아요"라고 눈물로 호소한 그 아이의 심정을 생각하니 저도 눈물이 흐릅니다.

오랜 시간 그 누구도 미처 학생의 눈물을 닦아 주지 못했음에 책임을 통감하며, 자녀의 안전한 학교생활을 걱정하고 계실 학부모님께 몇 가지 약속을 드립니다.

먼저 기존 학교마다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학교폭력 실태 조사 방법을 수정보완해 보다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함으로써 작은 폭력이나 괴롭힘도 철저하게 근절하겠습니다. 아울러 현재 실시하고 있는 초등학교 1학년과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만 실시하던 학생 정서'행동발달 선별검사를 전 학생을 대상으로 확대 실시하고, 그 결과를 위기 학생의 지원이나 지도에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적극적으로 학부모님께 알려 드려서 함께 지도할 수 있는 방법들도 적극 모색해 나가겠습니다.

현재 188명의 상담교사와 공감형 상담실(We Center) 189곳을 운영하고 있으나, 미설치 학교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 내 모두 설치하여 운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러한 상담활동들을 통하여 자녀들의 정서적 아픔이나 청소년기에 나타날 수 있는 심리적 부적응 행동들을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님의 심정으로 치유해 나가겠습니다.

사람됨이 우선되는 교육을 통해 사람이 살아가면서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이며, 무엇이 삶에 있어서 중요한 것인지에 대한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겠습니다. 더불어 또래의 영향이 많은 청소년기 특성을 고려해 건전한 자치 활동을 권장하고, 교사와 학생 간의 소통이 잘 이루어지는 새로운 학교 문화 조성에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교육 관련 기관과 협력하여 철저하고 다양한 신고 시스템으로 학교 안은 물론 학교 밖의 폭력도 근절하도록 대책을 마련하겠습니다. 신고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도록 신고 후 발생할 수 있는 보복에 대한 대처 방안도 적극 마련해 여러분의 자녀를 안전하게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러한 대구 교육의 노력에 학부모님의 도움이 간절히 필요합니다. 먼저 자녀와 많은 대화의 시간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대화 가운데 학교생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드시면 언제든지 학교와 연락을 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학교에서는 항상 학부모님들의 소리를 귀담아듣고 같이 해결해 나가겠습니다. 이를 위하여 가정에서 자녀의 이상 행동들을 확인할 수 있는 단서들을 알려 드릴 테니 관심 있게 살펴주십시오.

또 우리 교육청이 실시하고 있는 학부모 상담주간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우리 곁을 떠나면서까지 전하고자 했던 그 아이의 간절한 메시지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메시지를 결코 헛되이 하지 않을 것입니다. 교육청은 수사 결과와 감사를 통해 사건의 진실을 철저히 규명하고, 그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또 재발 방지에 대한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을 학부모님께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2011.12.26. 대구시교육감 우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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