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의 안심종합사회복지관은 올 연말 월동 준비를 위한 후원금 170만원을 겨우 모았다. 동구지역 소외 계층 2천500여 가구를 담당하는 이 복지관은 후원금으로 저소득층 겨울철 지원과 내년 설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
이곳 박상현 사회복지사는 "작은 복지관들은 기업 기부를 기대하기 힘들고 이웃 주민이나 개인 기부에 의존해야 한다. 하지만 올해는 후원의 손길이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쳐 힘든 겨울을 나게 생겼다"고 울상을 지었다.
얼어붙은 경기 탓에 연말 개인 기부자들의 후원이 눈에 띄게 줄어 지역 사회복지단체들이 최악의 겨울을 나고 있다.
서구제일종합사회복지관도 겨울철 기부자들이 지난해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 고심하고 있다. 이 복지관은 이달 초 저소득층 주민들을 도울 목적으로 '음식 바자회'를 열었다. 바자회에서 티켓을 판매하고 단체와 개인에게 후원금을 요청했지만 지난해보다 3분의 1가량 줄어들었다.
허은진 사회복지사는 "예전에는 복지관을 직접 찾아오셔서 성금을 주시는 분들도 더러 계셨는데 요즘은 기부자들의 발길이 끊겼다"며 "최근 기름값이 올라 힘들어하는 어려운 분들께 겨울철 기름값이라도 넉넉히 챙겨 드리려고 했는데 걱정"이라고 했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비상이 걸렸다. 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집중모금기간(올해 12월 1일~내년 1월 31일) 동안 모인 연말 성금이 27일 기준으로 22억6천여만원에 그쳤다. 목표액(32억원)의 70%가량 달성했지만 문제는 개인 기부다. 올해 1억원 이상 기탁한 대구경북 기업은 총 3곳으로, 기업 기부는 늘었으나 개인 기부는 지난해보다 떨어졌다.
이곳 관계자는 "집중모금 목표액을 달성하기 위해선 개인들의 소액 기부가 중요한데 개인 기부만 놓고 보면 혹독했던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연말에 목표액의 80% 이상 끌어올려야 하는데 개인 기부는 제자리걸음"이라고 걱정했다.
재정 기반이 열악한 지역아동센터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아동 29명을 돌보는 달서구의 한 지역아동센터는 최근 공동모금회와 대구시에서 겨울철 난방비로 쓸 수 있도록 추가 운영비를 지원해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걱정이 태산이다. 지난해 조금씩 들어오던 연말 개인 기부가 올해는 뚝 끊겨 정기 후원자 40여 명이 모아준 정성과 정부 지원금을 보태 겨울 살림을 꾸리고 있다고 했다.
이곳 이미영 센터장은 "경기가 조금 나아졌다고 하는데 시민들의 주머니는 여전히 꽁꽁 얼어붙은 것 같다"며 "겨울철 후원금은 지인을 통해서 걷거나 큰 복지단체의 지원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복지단체들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복지관 후원이 줄어들면 저소득층 주민들의 겨울나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며 시민들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황금종합사회복지관 이상열 과장은 "최근 5천~3만 원씩 기부를 해오던 후원자들이 전반적으로 줄었는데 이럴 경우 지정 기탁으로 후원을 받던 아동과 홀몸 어르신들에게 타격이 간다"고 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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