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푸레 동면기
이여원(李如苑)
물푸레나무 찰랑거리듯 비스듬히 서 있다
양손에 실타래를 감고 다시 물소리로 풀고 있다
얼음 언 물에 들어 겨울을 나는 물푸레
생각에 잠긴 척
바위 밑 씨앗들이 졸졸 여물어가는 소리를 듣고 있다
얼룩무늬 수피가 물에 닿으면 물은 파랗게 불을 켰었다 바람은 지나가는 분량이어서 몸 안에 들인 적 없고 팔목을 좌우로 흔들어 멀리 쫓아 보냈었다
손마디가 뭉툭한 나무는 실을 푸느라 팔이 아프다
나무의 생채기에 서표(書標)를 꽂아두고
녹아 흐르는 물소리를 꽂아두고 말린다
푸른 잎들은 물속 돌 밑에 들어 있고
겨울 동안 잎맥이 생길 것이다
추위가 가득 엉켜 있는 물가, 작은 샛길이 마을 쪽으로 얼어 미끄럽다
빈 몸으로 서 있는 겨울나무들
모두 봄이 오는 방향 쪽으로 비스듬 마중을 나가 있다
날짜를 세는 가지는 문맹(文盲)이다
개울이 키우고 있는 것이 물푸레인지 물푸레가 키우고 있는 것이 개울인지 알 수 없지만
나뭇잎 하나 얼음 위로 소금쟁이처럼 떠 있다
◆당선소감 '힘든 세상, 환한 불빛 아래 서기 두렵지만…'
세상은 이렇듯 힘든데, 환한 불빛 아래 당선소감문 쓰기가 두렵고 송구합니다. 시는 말씀의 집을 규모 있게 짓는 것이라는데, 집을 지을 재료는 풍성한지 있기는 한지 내심 불안하고 난감할 뿐입니다. 추운 겨울날 얼음의 뜰을 얼려두고 서 있던 그 물푸레나무가 생각납니다. 아무리 곧은 나무라 할지라도 겨울엔 햇살 쪽으로 그 몸이 조금 기울어진다고 합니다. 좋은 공부 진정성이 있는 쪽으로 기울어지는 마음가짐을 다짐해봅니다.
가장 추운 바람 속에서도 시적 영감을 나에게 준 물푸레나무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그때 바위 밑에서 들리던 졸졸 물소리를 씨앗으로 삼겠습니다.
희망이란 단어를 컴퓨터 위에 붙여두고 글을 쓰던 시간들이 행복했습니다. 가야 할 길이 멀지만 끝이 없음을 오히려 다행이라 여깁니다. 덜 여문 시를 세상으로 밀어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그리고 맹문재 교수님께 감사를 올립니다. 글쓰기의 고통을 함께하는 문우들과 이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힘들 때 꽃을 보라시던 어머니가 많이 생각납니다. 늘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는 사랑하는 남편 태규 씨와 날카로운 비판을 아끼지 않는 지혜로운 딸 수란과 곁에 있기만 해도 든든한 아들 준영이와 함께 기쁨을 나누며 모든 영광을 주님께 돌립니다
이여원(필명)
1957년 진주 출생
주소:서울 양천구 신정7동
직업: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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