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글부글' 대구·경북 의원들, 벙어리 냉가슴

도매금 쇄신대상 곤란 내놓고 말은 못하고 "우린 지켜보자" 관망

한나라당 비상대책위 이상돈 위원의 한 마디와 여의도연구소 공천 관련 문건 때문에 하루아침에 쇄신의 대상으로 지목된 대구'경북지역 국회의원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한나라당 텃밭인 TK에서 현역이 솔선수범해 용퇴해야 한다", "가만히 앉아 선수(選數)만 늘린 의원은 물러나야", "한나라당이 'TK판 자민련'이 되면 망한다" 등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진 뒤 TK를 겨냥한 발언의 세기가 점차 높아지면서다. TK 선도 불출마론, 전원 물갈이 등으로 회자하면서 민심을 잘 대변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순서가 잘못됐다는 반발도 아울러 제기되고 있다.

주성영 대구시당위원장(동갑)은 4일 "개인적으로 대구 민심이나 국민 여론을 볼 때 비대위원들이 하는 말이 절차상이나 시기상의 문제를 제외하면 민심을 잘 대변하고 있다고 본다"며 "지금 한나라당은 암 환자가 돼서 그 분들에게 수술해달라고 부탁한 상황인데 환자가 의사에게 수술할 자격이 되냐고 대드는 격"이라고 말했다. TK를 향한 일부 비대위원들의 작심 발언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주 위원장은 이어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공정한 공천을 하겠다고 약속했고 우린 그것을 믿는다. 공정한 시스템이 가동된다면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름을 쓰지 말라는 친박계 중진 의원도 "지금은 우리 쪽(TK)에서 뭐라 그러면 옳고 그른 것을 떠나 보기 흉하다"며 "일단 다 들어보자"고 말했다. 반론을 제기하기보다는 관망할 시기라는 뜻이다.

하지만 정책, 정강 쇄신보다 물갈이, 인물 교체가 먼저 거론되고, 비대위 전체 입장이 아닌 각 비대위원의 '장외발언'이 이어지면서 비판 여론도 거세다.

유승민 의원(동을)은 "비대위원의 발언을 보면 친이계, 친박계, 전 지도부, TK 등으로 대상을 옮겨가며 물갈이를 이야기하고 있고 계파, 지역, 선수, 연령 등을 따지는데 그런 것은 원칙이 될 수 없다"며 "지역민의 평가기준을 객관적 지표로 만들어 그 기준과 원칙으로 공천시스템을 마련한다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또 "교체할 사람과 교체한 사람이 얼마나 다른지 비교할 수 있어야 지역민에 대한 도리"라며 "예비후보들이 현역보다 낫지 않다면 새로운 좋은 인물을 찾아야 하는데 비대위가 지금 그런 노력을 하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한구 의원(수성갑)은 "삼류 정치를 일류로 바꾸자는 쇄신인데 지금은 누가 이기고 지느냐의 문제만 보인다"며 "국민에게 신뢰받고 존경받고 생산적인 국회를 만들기 위해서 의원의 자질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인데 나이, 선수를 뭉뚱그려 바람몰이해 제거하는 방식은 구태를 답습하는 쇄신"이라고 꼬집었다.

박종근 의원(달서갑)은 "정치지형, 정치제도가 잘못됐는데 사람만 바꾼다고 되겠냐"며 "순서가 거꾸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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