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을 향한 후보들의 발걸음이 바빠졌지만 선거구 획정 문제가 결론이 나지 않아 일부 지역에서는 혼선을 빚고 있다. 게다가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선거구획정위에서 마련했다는 안은 허점이 너무 많아 성토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획정위 안이 서울과 수도권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도록 짜여져 지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선거구의 인구 하한선을 10만3천469명으로, 상한선을 31만406명으로 정했다. 인구 편차를 1대3으로 하라는 헌법재판소의 2001년 판결을 기계적으로 적용한 결과다.
그래서 8개 선거구의 분할과 5개 선거구의 통합안이 나왔다. 분구 대상은 ▷경기 수원 권선 ▷경기 이천'여주 ▷경기 용인 수지 ▷경기 용인 기흥 ▷경기 파주 ▷충남 천안 을 ▷강원 원주 등 7곳이고, 하한선을 넘긴 부산 해운대'기장(10만6천615명)은 독립시키기로 했다.
반면 합구 대상은 모두 5곳이다. 2개 지역구를 합쳐도 상한선에 모자라는 ▷서울 성동 갑'을 ▷부산 남 갑'을 ▷여수 갑'을은 1곳으로, 3개를 합쳐 상한선의 2배가 되지 않는 ▷서울 노원구 ▷대구 달서구는 2곳으로 조정한다는 것이다. 세종특별시 문제는 논외로 했다.
획정위의 이 같은 안에 대해 지역의 반발은 거세다. '지역 간 형평성' 훼손과 수도권 우대, 지방 홀대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목조목 부당함을 지적하고 있다.
◆불합리와 모순의 극치
1. 천안의 경우 인구 57만 명에 국회의원이 3명이 되는데 비해 달서구는 61만 명인데도 2명에 그친다.
2. 용인은 인구 89만 명에 국회의원이 5명이 되는데 그보다 인구가 많은 수원'성남'부천 등은 4명밖에 되지 않는다.
3. 경기도의 분구대상 선거구 분구 이후 한 선거구당 인구 평균은 15만 명 선이지만 합구 대상이 된 달서구의 선거구는 지금도 17만 명에서 24만 명에 이른다. 합구할 경우 달서 갑'을 선거구의 인구 평균은 30만 명이 넘는다.
정개특위 한나라당 간사인 주성영 의원은 "획정위원회 안이 평등의 원칙을 근거로 들고 있지만 지역균형발전의 개념은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며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수도권과 그 반대인 지방에 대해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해 당사자인 조원진 의원(대구 달서병)도 "수도권만을 위한 의회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선거구 획정안은 재검토 돼야 한다"고 강변했다.
◆합구의 근거 미약
합구 대상인 5개 지역구가 모두 인구 하한선을 모두 넘는데도 병합 대상이 된 데 대한 법적 근거 부족도 문제로 꼽힌다. 선거법이나 헌법재판소 판결 어디에도 이 같은 규정은 없다는 것이다.
18대 총선을 앞두고서도 비슷한 논의가 있었지만 분구가 유지되기도 했다. 부산 남구와 전남 여수의 경우 상한선에 미달했지만 2개 선거구가 유지됐고, 서울 노원구, 송파구 등은 3개 선거구가 유지됐다. 당시 정개특위는 "인구 상한선 초과로 분구됐던 선거구가 독립된 선거구로 존재하고 있으며 인구 하한선을 넘을 경우 통합의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허송세월의 배경
정개특위가 두 달여 동안 허송세월만 하고 있는 것은 정당'정치인들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역 의원들은 도전자들에 비해 덜 답답한 것도 원인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공식적인 안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민주통합당은 실현성이 낮은 대안을 내놓았다.
인구 편차를 1대2.5로 축소한 민주당 안은 경기도의 파주, 용인, 기흥과 강원도 원주를 분구 대상으로 한 것 외에 ▷전남 담양'곡성'구례 ▷경남 남해'하동 ▷경북 상주 ▷경북 영천은 인근 선거구에 편입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북에는 불리하다. 또 도시와 농촌 지역 간의 인구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구 수만을 기준으로 선거구를 정해 자칫 향후 농촌지역을 대변하는 국회의원 숫자가 급감할 우려도 크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전망
정개특위는 설 연휴 직후인 26일과 30일 공직선거법 개정 소위를 개최한 후 31일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최종 확정한다는 계획이지만 난항을 겪을 공산이 크다. 주성영 의원은 "시간이 촉박한 만큼 총선에서는 선거구 조정을 최소화하는 대신 19대 국회에서는 선거구획정위를 상설기구화해서 추후에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공직선거법 24조 2항과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 구성'운영 규칙에 따르면 획정위가 총선 6개월 전(2011년 10월13일)까지 보고서를 제출하면 국회 정개특위가 최종안을 확정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획정위는 11월 25일 국회에 보고서를 제출했고 정개특위는 이마저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시간만 질질 끌고 있는 것이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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