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 출신의 현직 우즈베키스탄 대사가 책을 썼다. 제목도 알기 쉽다. '우즈베키스탄을 아시나요'이다.
옛날에는 비단길의 중심이었고 20세기 초에는 우리 동포 수십만 명이 스탈린 치하에서 타의로 옮겨와 살아온 땅이다. 목숨을 걸고 옮겨온 이곳에서 고려인들은 일등을 이뤄냈다. 중앙아시아의 중심이자 유럽과 아시아를 수천 년 연결한 땅. 특히 우리와는 급속한 경제협력으로 인해 전략적 관심지역으로 떠오른 곳이다.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의 세계 경영 시절 중앙아시아와 러시아로 진출하는 전진기지였던 곳이기도 하다. 게다가 현직 대사니까 뭔가 말할 게 많았을 것 같다.
중앙아시아는 낙타와 대상(隊商)들이 다녔던 비단길이 인류역사에서 사라진 이후에는 한참 동안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인류 문명과 문화가 오랫동안 서로 연결되고 연계되어 지나가는 길목이었다. 그런데 비단길은 왜 하루아침에 사라졌을까? 해상길이 발달하여 머나먼 먼지 돌풍의 길, 사막을 다닐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란다. 그런 중앙아시아가 20세기 말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21세기 들어서야 다시 떠오르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특히 우리에게 긍정의 땅일 것이라는 확신이 온다. 우리에게는 긍정적인 영역이 부정적인 영역보다 훨씬 많다. 9할 정도는 긍정적이며, 1할 정도나 부정적이라는 평가가 맞을 것 같다. 단지 우리가 현재 활동하기에 약간 불편한 사항들이 있을 뿐이다.
저자는 우즈베키스탄의 양지와 음지 양쪽에 대해 꼬치꼬치 얘기를 한다. 우즈베키스탄 당국이 불편해할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아는 만큼 더 진정으로 서로 사랑하고, 서로 함께 모색할 수 있는 법이라는 것이 전 대사의 생각이다. 우즈베키스탄은 우리에게, 우리는 우즈베키스탄에 많은 것을 서로 주고 공유할 수 있는 상대라는 점은 분명하다.
연암 박지원이 청나라 건륭황제 시절의 문물을 보고 기록한 '열하일기'처럼 전 대사는 외교관으로 현지에 부임하여 늘 그곳 사람들의 살림과 마음을 살펴 꼼꼼히 기록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 책도 그런 노력의 결실이다. 그의 눈과 귀를 통해 또 하나의 세상인 우즈베키스탄을 볼 수 있다. 그의 발걸음이 닫는 곳마다 전 대사는 기록물을 남겼다. '뉴욕 이야기' '방콕 이야기' '극동 이야기'에 이은 네 번째 지역 소개서다, 그는 '실무 러시아어'라는 책도 냈다.
저자인 전대완 대사는 1954년생이다. 경북고를 나와 1978년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후, 외교부에 들어간 이래 뉴욕 부총영사와 태국 공사를 제외하고는 삼십여 년간 모스크바, 키예프, 그리고 블라디보스토크 등 주로 구 소련 지역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였다. 2010년부터는 주우즈베키스탄 대사로 타슈켄트에서 근무하고 있다. 436쪽, 1만8천원.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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