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광주 경찰 공조로 "같이 죽자" 동반자살 막아

인터넷 모의 입수 시간끌어

20일 오후 6시쯤 광주 남부경찰서에 한 남성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광주에 산다는 50대 남성이 인터넷 서핑을 하다 한 포털사이트 블로그에서 '함께 자살할 사람을 구한다'는 내용의 글을 발견했다는 것.

신고를 받은 경찰은 해당 블로그에 접속해 글을 올린 사람의 개인주소(IP)를 추적해 대구 남구에 살고 있다는 것을 밝혀내고 대구경찰청에 연락을 했다. 경찰 조사결과 채무 과다 등으로 자살을 고민하던 L(24) 씨가 19일부터 4차례나 '동반자살자를 구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이미 여대생 K(21'부산) 씨를 비롯해 수도권에 거주하는 20대 남성과 30대 남성이 L씨의 글을 보고 L씨에게 연락을 한 뒤 포항에서 동반자살을 하자고 약속한 것을 알아냈다.

대구경찰청 한 경찰은 "설 연휴가 겹쳐있어 통신수사 등에 어려움이 많아 약속장소를 알아내는 게 힘들었다"며 "블로그에 '자살을 같이하고 싶으니 기다려달라'고 글을 올려 동반자살을 늦추는 데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시간을 끄는 사이 다른 경찰들은 포항으로 출동해 이들을 찾는데 전력을 기울였으며 결국 22일 오후 2시 30분쯤 포항시내 한 PC방에서 L씨를 찾을 수 있었다. 경찰은 이후 L씨를 설득한 뒤 나머지 3명과도 만나 대구생명의 전화 등 전문상담기관과 연계해 상담을 거쳐 전원 귀가 조치했다.

동반자살을 주도한 L씨의 경우 자살방조미수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지만 L씨가 자살을 결심하게 된 동기 등을 고려해 형사 입건하지 않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대구경찰청 김재성 사이버수사대장은 "이들이 이후에도 나쁜 마음을 다시 먹지 않도록 해당 지역 전문상담기관에 연락해 지속적으로 상담과 치료를 병행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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