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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인물] 독일인 1만4천여 명 수장한 마리네스코

1945년 오늘 오후 9시. 차가운 발트해 아래에서 잠복 중이던 소련 잠수함 S-13이 조용히 어뢰 네 발을 발사했다. 이 중 세 발이 목표물인 독일 수송선 빌헬름 쿠스틀로프호에 차례로 명중했다. 각 어뢰에는 '레닌그라드를 위해' '조국을 위해' '소련 인민을 위해'라고 적혀 있었다. 배는 1시간 만에 침몰했고 타고 있던 민간인, 부상병 등 1만600명 중 9천여 명이 수장됐다. 타이타닉호 침몰 희생자(1천513명)의 여섯 배에 달하는 사상 최악의 선박 침몰 참사였다.

이 학살을 지휘한 이가 S-13의 함장 알렉산드르 마리네스코(1913~1963)이다. 대책 없는 알코올 중독자로 술 때문에 강등되거나 해군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빌헬름 쿠스틀로프호는 하늘이 그에게 준 기회였다. 핀란드에서 술에 취해 무단이탈했다가 조사를 받은 처지였기 때문에 이를 만회하기 위한 확실한 전과가 필요했던 것이다. 물론 독소전 동안 1천만 명이 독일군에 학살당한 데 대한 복수심도 작용했다. 그가 수장(水葬)시킨 독일 수송선은 이뿐만 아니었다. 11일 뒤인 2월 10일 게네랄 슈토이벤호도 그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 사망자는 약 4천500명. 결국 그는 혼자서 총 1만4천여 명의 독일인을 죽인 것이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대응한 무자비한 학살이었다.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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