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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느낌표] 나는 바닥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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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은 햇빛과 빗물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시시각각 다양한 표정을 짓고, 그 표정 안에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햇빛과 빗물을 받으며 수만 가지의 표정을 짓는 바닥은 우리의 마음을 윤택하게 한다. 바닥은 바닥을 차지하려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치열한 싸움터이다. 여러 사람들 사이에서의 다양한 관계와 인연의 흔적이 바닥을 통해 은연 중에 드러나는 모습은 적잖게 흥미롭다. (천경환의 '나는 바닥에 탐닉한다' 중에서)

그런 적이 많았다. 버릇처럼 하늘보다는 바닥을 내려다보면서 걸었다. 그건 바닥의 의미를 깨닫고 있었거나, 바닥과의 사랑에 빠진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무게와 부끄러움 탓이었을 게다. 따라서 바닥을 바라본 것이 아니라 고개를 숙인 것이라 표현하는 것이 어울리겠다. 다르게 표현하면 자기연민의 한 모습이라고나 할까. 이제 조금은 주체적인 해석을 지니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바닥을 내려다볼 수 있다. 바닥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닥은 그릇이다. 바닥은 지상의 모든 것을 힘들게 받아낸다. 그러면서도 결코 화를 내거나 진실로 거부하지 않는다. 심지어 쓰레기, 오물, 씹다가 버린 껌, 배설물까지 받아낸다. 그러면서 하늘이 내리는 배설물인 비가 오고 눈이 오면 그것으로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다.

그러면서도 바닥은 치열한 싸움터이다. 바보와 천재의 싸움터이기도 하고,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싸움터이기도 하다. 지금도 바닥을 차지하려는 지리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진정 바닥의 의미 그 자체를 차지하려는 싸움이라면 그건 미래지향적이다. 하지만 그들이 싸우는 것은 바닥 위에 만드는 화려한 물질문명 때문이다. 그것 때문에 목숨을 걸고 싸운다. 슬픈 풍경이다.

바닥은 분명 중요하다. 바닥이 어떤 모습인가에 따라 그 위는 화려한 건물이 되기도 하고 쓰레기 버리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결코 바닥은 스스로 소리치지 않는다. 아무런 표정도 말도 없이 그 자리를 묵묵하게 견딘다. 바닥이 그런 표정을 짓고 있기 때문에 모든 사물들이 그 위에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바닥은 모든 것의 기초다. 기초가 움직이거나 흔들리면 모든 것이 흔들린다. 어쩌면 우린 지금 사회 곳곳에서 그 현상을 목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생각의 다름과 지향점의 차이는 누구나 지닐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삶을 살아가는 개인적인 존재들의 행복을 향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다. 그것이 부정된다면 그건 이미 생각도 아니고 지향점도 아니다. 그것으로 인해 난 지금 한없이 답답하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아쉬움도 그만큼 늘어났다. 내 잣대로 아이들을 평가하고 그 평가는 절대적인 권위를 누렸다. '봐라, 이렇게 하니 너희들이 이렇게 성공하잖니? 고로 너희들은 나를 하늘처럼 섬기고 믿어라.' 하지만 그러한 말 자체가 권위를 지니는 것은 아니었다. 아이들은 언제나 나와 달랐고, 내가 걸어가는 길, 내가 원하는 길을 걸어가지도 않았다. 난 진정 몰랐던 게다. 내가 그들에게 하늘이 되는 순간, 아이들은 조금도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을. 오히려 내가 바로 바닥이 되어야 함을. 내가 바닥이 되는 순간, 아이들은 스스로의 아름다움으로 드러난다는 사실을.

21세기는 이미 절대적인 권위의 시대가 아니다. 선생님이 지닌 카리스마도 위로부터 나오지는 않는다. 개별화된 인격으로 존재하는 아이들은 이미 그들 스스로의 권위를 누린다. 오히려 교사의 카리스마는 아래로부터 만들어진다. 우린 이미 알고 있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의 모습에 따라 선생님의 얼굴이 결정된다는 것을. 그것이 바닥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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